[기고]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확대 절실

머니투데이 김진현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 2018.08.24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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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확대 절실


2017년 편의점 상비약 확대를 놓고 열린 안전상비약 심의위원회가 약사회의 자해소동으로 중단됐다. 그리고 올해 8월8일 다시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 상비약 확대를 놓고 치열한 토론 끝에 표결이 이뤄졌다. 표결 결과 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 등 3개 효능군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기로 결정된 반면 항히스타민제는 부결됐다. 그런데 회의 종료 후에 표결에 불참했던 약계 위원이 추가로 투표해 화상연고를 다시 부결시켰다고 한다. 정상적인 절차로 보기 어렵다.



가정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확대 논의는 항상 이런 식이다. 여전히 약사회는 국민이 불편하지 않다거나 약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만 반복한다. 복지부는 이익집단 눈치만 본다.

가정 상비약 편의점 판매 정책은 단순히 안전성과 편의성, 접근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보건경제학적, 문화적 측면에서 함께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야간과 공휴일에 약 구입 접근성을 높인다.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는 일부 오남용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진료비 절감, 시간 절약 등 소비자 선택권과 경제적 편익이 상당한 게 사실이다.



사실 상비약을 약국에서만 독점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 한 편에선 약의 부작용을 부각하는 데, 안전하지 않은 약이라면 허가를 취소하거나 의사 처방약으로 넘기면 될 일이다. 같은 약을 약국에서 팔면 안전하고 편의점에서 팔면 위험하다는 약사회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어차피 약국에서도 소비자가 달라는 대로 약을 집어주지 않는가. 사회적 상식 수준에서 수용 가능한 위험을 벗어나지 않는 한 소비자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약의 안전성은 일반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한 외국 사례와 보편적 기준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가벼운 증상 치료를 위해서는 일반약을 편의점에서 판매해도 된다는 건 선진국 경험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각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편의점 판매용 약의 범위가 달라질 뿐이다.

휴일과 야간에 약국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에 약사회는 수년전 심야응급약국(지금은 자율 심야약국)을 도입했다. 이는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회피하고 약국 독점을 지키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심야약국은 병원응급실보다 숫자가 적고 그나마 어디에 있는지 지역주민이 그 위치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


집 앞의 편의점을 두고 심야에 불편과 고통, 시간을 낭비해야 할 이유가 있나? 고속도로 휴게소만 봐도 상비약을 약사 없이 판매한다. 이는 합법적 판매행위다. 2008년 복지부는 소화제와 정장제 등 70여 품목에 대한 의약외품 전환을 준비했다가 이익집단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몇 년 전에는 복지부 장관이 약사회 모임에 참석해 공개적으로 상비약 편의점 판매를 반대하는 편파적인 행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복지부는 지속적으로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 의약품 정책의 근간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 확대를 통해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고 휴일과 야간의 상비약 접근성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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