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유급휴일, 최저임금 노동시간 포함…정부, 사회적 혼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8.08.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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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법원 "고용부, 주류해석과 다른 기준으로 혼란 초래" 지적…법원·정부 엇갈린 판단에 국민 혼선 우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7월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음식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최저임금 인상, 현장 체감경기 등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7월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음식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최저임금 인상, 현장 체감경기 등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주휴수당을 받는 유급 휴일을 월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노동기간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유급 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노동시간에 포함한 고용노동부의 정책에 반발해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각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정부 입장에선 승소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휴 수당이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받는 유급 휴일에 대한 수당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16일 오후 연합회가 고용부를 상대로 제기한 최저임금고시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소송을 모두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그대로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고용부는 2018년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최종 고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유급 주휴 포함·월 209시간 기준)일 경우 157만3770원이다. 최저임금 산정시 '주휴 수당'을 명문화 해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한 게 특징이다. 주휴 수당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장되는 것으로, 평일 5일 동안 8시간씩 일한다면 휴일 중 하루는 8시간 근무에 해당하는 주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유급 휴일 시간이 노동시간에 포함돼 월 209시간이 되고, 고용부는 이를 근거로 월 최저임금이 157만3770원이라고 고시했다. 그러나 소상공인연합회는 유급 휴일 시간을 제외한 174시간이 한 달 노동시간이고, 이에 따라 월 최저임금은 131만220원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고시 중 쟁점 부분은 구체적 사실에 대한 법 집행이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 및 고용부의 행정해석 또는 지침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 원고들을 비롯한 사용자나 근로자의 구체적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의 소송은 부적법해 본안에 대해 더 판단하지 않고 이를 모두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고용부의 근로시간 산정기준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고용부는 법원의 주류적 견해와 다른 입장에 서서 유급 주휴시간을 포함한 '월 환산 기준시간 수' '월 환산액'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쟁점이 된 부분(최저임금 월 환산액 157만3770원)을 병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최저임금 환산을 위한 소정 근로시간 수에 주휴시간이 포함돼야 하고, 그 결과 2018년 최저임금 하한선이 157만3770원으로 결정됐다는 인상을 줘서 사회적 혼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고용부의 기준이 종전 대법원 판례와 상충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법무법인 화우의 오태환 변호사는 "고용부의 기준대로라면 1개월 근로시간은 주휴시간을 포함해 209시간인데, 법원의 기준은 주휴 시간을 제외하고 1개월 근로시간을 174시간으로 본다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대법원 판결들은 '유급 휴일을 주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만으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재판부의 이날 판결은 고용부가 내세운 근로시간 기준이 잘못됐지만 실제 사용자·근로자에게 법적 효력을 미치는 것은 '시급 7530원' 부분일 뿐 '월 환산 157만3770원' 부분은 단지 예시사항이라고 본다는 의미"라며 "월급이 최저임금 기준을 어겼는지 여부는 개별 분쟁이 생겼을 때 따로 다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근로시간에 대해 법원과 고용부가 다른 산정 기준을 제시한 건 결국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이같은 기준을 어떻게 통일할 것인지는 추후 국회 입법 등을 통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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