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현직 무더기 기소…김상조 "내주 쇄신안 마련"

뉴스1 제공 2018.08.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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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위원장·전현직 부위원장 등 12명 기소…"겸허히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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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원장. 장수영 기자김상조 위원장. 장수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의 수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는 20일 쇄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16일 업무방해, 공직자윤리법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정재찬 전 위원장, 김학현 전 부위원장, 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3명(구속기소)을 비롯해 총 1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지난 3월 부영그룹 비리사건 수사 과정에서 공정위 퇴직자들의 불법 재취업 관련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이들이 공정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각종 규제와 제재 대상인 16개 대기업을 압박해 4급 이상 '고참·고령자' 등 18명을 채용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부의 인사적체 문제 해소를 위해 정년이 임박했으나 퇴직 후 독자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워 퇴직을 거부하는 간부의 퇴직 유인책으로 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퇴직관리 방안'을 시행해 퇴직을 종용했다.

검찰은 부위원장, 운영지원과장 등이 기업 고위관계자를 직접 만나 공정위 퇴직자의 일자리 마련을 요구하고 채용기업·대상자·시기·기간·급여·처우·후임자 등까지 사실상 공정위에서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자는 실질적인 역할 없이 임원 대우를 받으며 억대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재취업한 퇴직자들이 공무원 정년 이후에도 기업에서 퇴직을 거부해 후임자들이 갈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인사적체가 반복되자 기업에 정년을 넘긴 사람에 대해 연장 계약을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정 전 위원장은 재직 시절(2012~2017년) 기업을 압박해 퇴직자 16명을 채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4년 위원장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의원으로부터 "깨끗하게 사셨고 결격사유가 전혀 없는 잘 된 인사라고 생각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위원장 재직시절 공개된 재산은 고위 공직자 중 최하위권에 머무는 등 청렴한 공무원의 표상으로 비춰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직 중에서는 지철호 부위원장이 불구속기소됐다. 지 부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취업할 때 취업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 채용비리 사건은 대부분 유력 정치인이나 관료 개인의 일탈이지만 본건은 국가 권력기관 자체가 조직적으로 채용 비리를 양산한 것"이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공정위가 기업에 대한 막강한 규제 및 제재 권한을 내세워 민간기업을 마치 산하기관처럼 인식·분류하고,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인사업무를 방해하고 고용시장의 자유경쟁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다음주 공정위 자체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동시구속 사태를 계기로 재취업 비리 근절 등을 위한 자체 쇄신안을 준비해 왔다.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어 '경제검찰'의 이미지 회복과 공정경제, 재벌개혁 등 정책 추진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은 하계휴가 중에도 한성대학교 연구실에서 칩거하며 자체 쇄신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직 수뇌부가 모두 구속되면서 공정위 조직 전체가 부패한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강도높은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구성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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