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음악의 가치를 돈으로 바꾸면 얼마일까

서성덕(음악칼럼니스트) ize 기자 2018.08.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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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음악의 가치를 돈으로 바꾸면 얼마일까


음악산업의 가치는 얼마인가? 또는 음악 전체의 가치는 얼마인가? 이 질문을 특정 업계의 매출 합계 같은 숫자로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질문은 그것을 누가 하는지? 왜 하는지? 그리고 그 질문이 왜 중요한가에 따라 좀 더 흥미롭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라면 어떨까? 스포티파이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기를 원하고, 동시에 광고 수입과 유료 구독요금으로 그에 대한 저작권 비용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들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음악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은 자신들의 사업이 작동 가능한 것인 것 평가하는 첫 걸음이다. 실제로 스포티파이에는 경제학 담당 임원이 있고, 그는 매년 음악시장의 가치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작업에는 음악의 제작과 유통에 대한 모든 통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3번째이자, 가장 최근 보고서는 2016년 시장에 대한 숫자를 밝혔다. 스포티파이의 시장 분석이 특별한 이유는 저작권에 얽혀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한다는 점이다. 대형 레이블과 퍼블리싱 회사는 물론이고, 독립 레이블과 개별 아티스트, 작곡가, 연주자를 위한 저작권 위탁 관리회사까지 포함한다. 당연한 일이다. 스포티파이가 저작비용을 지불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음악 저작권의 모든 가치 합계는 260억 달러다. 이는 2015년보다 6%, 금액으로는 15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같은 해 국제음반산업협회가 조사한 음반산업 규모는 160억 달러에 그친다. 아티스트, 작곡가, 연주가 등 저작에 관련된 권한을 가진 집단은 빠진 숫자이기 때문이다. 2015년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4% 였으므로, 음악시장의 가치는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2015년 이후 음악 산업이 오랜 불황을 딛고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스트리밍이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인된 사실이다. 스트리밍은 단순히 디지털 음원을 대신하고,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정도가 아니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과거 영화 ‘탑건’의 주제곡이 발매 4년이 지난 1990년, 영국에서 차트 상위권에 다시 오른 일이 있다. 당시 TV에서 ‘탑건’을 처음으로 방영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틀렸다. TV 방영에 맞춰 싱글을 다시 대량 제작하고, 주요 유통망에 TV 방영 직후 진열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추가 제작비용도, 보관 비용도, 진열 비용도 없다. 또 하나, 소비자에게도 추가 비용이 없다. 이제 어떤 아티스트의 사망 소식과 그의 스트리밍 성적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차트에 재등장하는 패턴은 시장의 상식이다.



2018년 6월 현재, 스포티파이의 유료 구독자는 8천 3백만명, 애플 뮤직은 4천 4백만명이다. 지역에 따른 가격 책정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2곳에서만 1억 3천만명이 10달러 전후의 금액을 매달 내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음반 시절의 통계를 보아도, 일반적인 음악 소비자가 쓰는 비용은 한 달에 음반 1장 정도의 가격이었다. 이제 그 사람들은 그 돈을 매달 정해진 날짜에 낼 뿐이다. 유튜브는 아직 본격적으로 불도 안 당겼고, 프랑스 기반의 디저는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 유니버설 뮤직은 스트리밍으로 14억 4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에 비하여 34% 증가한 숫자다. 같은 기간 소니 뮤직의 스트리밍 수익은 9억 4천만 달러로, 작년보다 39% 증가한 기록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 회사 2곳에서 스트리밍으로 24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다. 두 회사의 전반기 전체 매출은 45억 달러이고, 스트리밍이 절반을 넘는다. 하반기에는 어떨까? 유니버설의 상반기 성적에 가장 많이 기여한 아티스트가 포스트 말론이다. 드레이크의 ‘Scorpion’이 하반기 성적에 반영될 것이다. 우리는 내년 봄에 더 큰 숫자를 볼 것이 확실하다. 아직까지 이 놀라운 성적은 스트리밍 업계의 적자와 함께 움직이는 중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이렇다. 얼마나 더 많은 유료 구독자가 있어야 스트리밍, 레이블, 창작자 사이에서 시장의 균형이 만들어질까? 그 균형 안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몇 개가 살아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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