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EU 서머타임 사라질까…여론조사 진행 중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2018.08.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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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조사 시작…결과 따라 폐지 검토

유럽연합기유럽연합기


유럽연합(EU)이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폐지를 검토한다. EU 전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대응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1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시작, 서머타임을 지속할지 여부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폐지를 요구하는 쪽의 의견이 우세하면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개별 회원국이 아닌 EU 차원으로, 폐지가 결정되면 28개 EU 회원국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유럽이 서머타임을 실시한지는 100년이 넘는다. EU 28개 회원국 중 7% 정도가 1916년에 서머타임을 도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걸쳐 유럽 국가들이 잇달아 서머타임을 적용했고 1990년대 들어 유럽의 단일시장 조성과 함께 서머타임이 정착됐다. 현재 EU는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시간을 1시간 앞당긴다.

서머타임은 일조 시간이 긴 여름에 업무를 빨리 마치고 저녁 시간을 여가 등에 활용하는 걸 주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가 활용이나 에너지 소비 감축 등에서 서머타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되레 건강만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폐지론이 부상했다. 지난해 10월 유럽 의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머타임은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초래하거나 심장마비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제품을 일조 시간과 상관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도 서머타임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론도 바뀌었다. EU가 회원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1997년 실시한 조사에선 57%가 '서머타임에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2017년 독일이 한 여론조사에선 74%가 '서머타임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프랑스가 2015년 진행한 조사에서도 54%가 서머타임에 부정적 견해를 냈다. 올 1월에는 핀란드가 7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 '서머타임 폐지'를 EU에 정식으로 제안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엔 네덜란드에서 '서머타임 폐지'에 2만 명이 서명했고 리투아니아도 서머타임 재검토를 EU에 촉구했다.

핀란드의 제안을 받은 유럽 의회는 지난 2월 "서머타임이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머타임에 대한 평가를 EU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 당초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의 폐지 검토 요구가 크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지만 여론조사에서 폐지론이 압도적일 경우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복수의 정부·여당 관계자를 인용,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서머타임 도입을 추진한다"고 보도했으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경기 시간을 앞당기는 식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해당 보도를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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