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경제학과 진영논리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2018.08.0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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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자연과학이 아니고 사회과학이다. 사회과학은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학문이다. 경제학자 가운데 자신은 가치중립적 학문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틀린 얘기다. ‘자유시장’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인 것처럼 불편부당의 가치중립적 경제학은 없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자 정치적 행위며, 모든 경제행위를 둘러싼 의견표명은 각자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란 경제학자 장하준의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이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라면 경제적 논쟁을 할 때 이를 통해 누가 이득을 보는지, 또 누구 입장에서 주장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경제이론의 정치성, 경제 현실에 대한 의견표명과 해석의 당파성을 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심한 진영논리에 빠졌기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중심을 잡아줘야 할 학자 관료 언론인 등 지식인그룹이 진영논리를 오히려 부추기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현상 및 행위에 대한 해석과 의견표명이 진영논리로 얼마나 왜곡되는지 몇몇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유독 ‘한국경제 위기론’을 말하는 사람이 많다. 전직 경제관료나 기업인들 중 한국경제의 최근 상황이 외환위기 직전이나 글로벌 경제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1~2년 내 한국경제가 거의 파산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같은 위기론은 최근 2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7%에 그쳤다는 발표(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2분기 4.1% 성장) 이후 더 힘을 얻는 형국이다. 한국경제는 심각한 위기국면이고 파산 직전인가.



이와 관련해선 최근 머니투데이가 ‘2분기 한국경제 성장 멈췄다? 통계 제대로 뜯어보니…’(7월31일자 1면)와 ‘韓 0.7% 성장 때 美 4.1%? 통계 비교 오류’(8월2일자 8면) 기사에서 자세히 분석했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겠다.

한두 가지만 덧붙인다면 2분기 성장이 0.7%에 그쳤지만 연간으론 여전히 잠재성장률 범위 내인 2.9% 성장이 예상되고 이는 경기 호황이란 미국과도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6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한국경제는 일부의 주장처럼 성장이 멈춘 게 아니라 민간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물론 한국경제가 지금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조찬간담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말했듯이 짧으면 연내, 길게는 1년 안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상황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면 문재인정부도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확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7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와 같은 급격한 경제위기를 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근거가 부족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진영논리에 따른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라고 봐야 한다. 자영업의 근본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고 종사자가 너무 많고 수요에 비해 공급 초과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5%에 이른다. 미국 6%, 일본과 독일 각 10%, 영국 15% 등과 차이가 크다. 식당 미장원 같은 자영업이 포화상태라면 상당수는 안타깝지만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영업의 위기를 최저임금 탓으로만 돌린다면 이는 정치적으로 해석돼야 한다.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며 과학이 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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