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7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뒤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보고서에 담긴 시나리오들 가운데 최악의 경우다.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을 담은 400여건의 문건이 공개되고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사법부의 모습을 그들 스스로 예견했던 걸까.
당시 행정처는 최선의 시나리오로 ‘혐의 PC에 대한 자료 복원 및 추가 물적조사 실시 → 문제가 될 자료의 미발견 → 진정국면’의 수순을 꼽았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문제가 될 자료가 나왔고, 결국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최악의 상황은 대법원이 자초한 결과다. 어설픈 1·2차 내부 조사가 여기까지 판을 키웠다. 문제는 대법원의 그런 행태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원은 검찰의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하고, 사법농단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관련자들의 압수수색 영장까지 잇따라 기각했다.
이 때문에 여론이 악화되고 나서야 그간 공개하지 않던 사법농단 의혹 문건들을 내놓고 이 때문에 또 다시 신뢰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법원을 못 믿겠으니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특별재판부에 맡기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신뢰는 여미고 닫는다고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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