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도우미' VR 뜬다… 어려운 질병 치료에 효과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8.07.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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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장애 치료 성공률 50%이하→90%"… 의료 VR 산업 2026년 11조원 규모 성장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가 사이어스가 제공한 가상현실속 지하철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유튜브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가 사이어스가 제공한 가상현실속 지하철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유튜브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에서 사용되던 가상현실(VR)기술이 최근 의료산업에 도입되고 있다. 특히 치료가 어려웠던 식이장애, 약물중독 등에 이 기술이 효과를 보이면서 VR 의료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스페인 스타트업 사이어스(Psious)는 VR기기로 식이장애를 치료한다. 식이장애는 굶기, 구토 등 식사 행동에 이상을 보이는 것으로 날씬한 체형·체중에 집착해 생기는 증상이다. 사이어스는 환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을 VR로 구현해 둘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미국 뉴욕에서 심리치료클리닉을 운영하는 호워드 구르는 "VR의 치료 성공률이 90%에 달한다"면서 "30년 넘게 해온 다른 방법보다 탁월하다"고 밝혔다. 미국 생물정보센터에 따르면 기존 방법의 치료 성공률은 50%에 미치지 못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에도 VR이 활용된다. 치료 방식은 공포감을 주는 대상, 환경을 VR로 환자에 노출시켜 극복하게 하는 것. 위협의 대상이 실재하는 게 아닐 뿐더러 현장에 갈 필요도 없어 효과적이다. 대니얼 프리먼 영국 옥스퍼드대 정신의학과 교수 팀은 이러한 방법으로 고소공포증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미숙아 망막병증을 앓고 있는 알리에나 젠슨(14)이 이리스비전 고글을 이용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 /사진=이리스비전 홈페이지.미숙아 망막병증을 앓고 있는 알리에나 젠슨(14)이 이리스비전 고글을 이용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 /사진=이리스비전 홈페이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스타트업 이리스비전(Irisvision)은 VR로 저시력을 극복한다. 저시력은 유전질환, 외상 및 노화(황반변성)로 인한 시력장애, 색맹 등 의학적 방법으로는 개선이 어려운 시력장애를 말한다. 이리스비전의 고글 형태 제품은 밝기, 대조, 동공거리 등을 조절해 실제 모습을 환자의 눈 상태에 맞춘 가상화면으로 바꾸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저시력자들은 악기 연주, 요리 등 기존에 하기 어려웠던 활동도 할 수 있다.

중국은 VR을 통한 약물중독 치료를 시작했다. 중국에선 약 30만명의 마약중독자가 매년 검거되는데 해마다 숫자가 늘고 있다. VR은 사진·영상으로만 보여줬던 마약중독의 부작용들을 더욱 생생하게 전한다. 수 딩 상하이 마약재활센터 직원은 "VR로 환자의 마약의존도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만성통증 완화, 수술 훈련, 자폐증·조울증 등의 심리치료에도 VR이 사용되고 있다.


의료 VR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뉴욕시장조사업체인 퍼시스턴트마켓리서치는 2017년 기준 3억8700만달러(4300억원) 규모인 의료 VR 시장이 2026년에는 99억달러(11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평균 49.1%씩 성장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99년에 VR 장비 하나가 1만5000달러(1600만원)수준이었다"며 "이제는 의사들이 월 39달러 또는 연 1200달러 수준의 저렴한 구독모델로 VR 장비를 구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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