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명 표기 #금화실체…'보물선' 둘러싼 의혹

머니투데이 박가영 인턴기자 2018.07.19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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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그룹, 돈스코이호 발견 주장…네티즌 "믿기지 않는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사무실 전경. /사진= 유승목 기자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사무실 전경. /사진= 유승목 기자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물선의 등장과 함께 주식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돈스코이호에 대한 의문점이 커지고 있다.

신일그룹은 지난 17일 150조원 규모의 보물이 실린 러시아 철갑순양함 돈스코이호를 경북 울릉도 인근 해저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관련기업인 제일제강 주가가 이날 상한가로 치솟았다. 18일엔 전날보다 6.25%(260원) 내린 3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쓰시마 해전에 출격했다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에서 자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가 200톤 규모의 금화를 실은 보물선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십 년간 많은 사람과 기업이 실체를 확인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러시아 배라면서 왜 이름이 영어로 적혀 있지?"



신일그룹이 공개한 '돈스코이호' 추정 선체 사진. /사진=신일그룹 홈페이지신일그룹이 공개한 '돈스코이호' 추정 선체 사진. /사진=신일그룹 홈페이지
신일그룹은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에 고해상도 영상카메라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 속 선체의 꼬리 쪽에는 'DONSKOII'(돈스코이)라는 함명이 적혀 있다.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은 발견된 선박이 진짜 돈스코이호가 맞는지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제정 러시아 선박임에도 선박 명칭이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로 표기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신일그룹 측은 돈스코이호가 러시아어로도 적혀 있지만 식별이 불가능해 선명한 영어 표기만 공개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전문가는 선박 명칭이 시대와 나라별로 다르게 표기돼 돈스코이호에 이름이 영어로 적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명 표기와 관련해 한국선급 관계자는 "선박 명칭 표기와 관련한 별도의 국제규정이나 관례가 없어 정확히 말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진짜 있는 거 맞아?”…'보물' 실존 여부 둘러싼 의문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갑작스레 불어닥친 돈스코이호 열풍의 가장 큰 의문점은 금화와 금괴의 실존 여부다. 현재까지 이 배에 실제 금이 실렸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다만 러시아 대외비 문서, 돈스코이호 침몰을 목격한 울릉도 주민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추정할 뿐이다. 신일그룹에 따르면 돈스코이호 내부에 있는 금화는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104.4톤)의 약 2배 가까운 엄청난 양이다.

러일전쟁 당시 이 배에 연료, 식수, 보급품 구매와 수병 임금 지급을 위한 군자금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식량과 포탄 적재가 우선인 무장 함선에 금화 200톤을 싣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총배수량이 5800톤에 불과한 작은 배에 200톤 가까운 금화를 싣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가치가 150조원 규모의 금화를 포함, 총 160조원가량이라고 주장하며 이 배를 담보로 암호화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화 존재 여부가 미지수임은 물론 200톤의 금화가 있다고 해도 그 가치가 150조원에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금 시세는 4만5080원으로 200톤의 금 가격은 약 9조160억원에 불과하다. 금화가 골동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금 시세보다 가격이 높아질 수 있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가치를 담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신일그룹은 '신일골드코인'이란 암호화폐를 발급해 인양 후 보물 가치의 10%인 15조원을 보유자들에게 이익배당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화의 실체가 없고 코인의 백서와 기술적 처리방식이 모두 공개되지 않아 스캠코인(사기코인)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전쟁터에 누가 금괴를 싣고 다니냐" "정말 150조원 규모의 금화가 있다면 러시아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주식시장에 또 보물 없는 보물선이 등장했다" "대국민 사기극 또 시작이다" 등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돈스코이호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와 관련된 내외신 기자회견을 오는 25~26일 연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에 대한 더욱 놀랄 만한 사실과 사진, 영상 등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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