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억의 건전지' 로케트전기…檢 '경영비리' 수사 착수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8.07.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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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김종성 회장 장남, 수십억대 배임 등 혐의로 로케트전기 대표이사 고소

[단독] '추억의 건전지' 로케트전기…檢 '경영비리' 수사 착수


과거 국내 건전지 시장을 호령하던 '추억의 기업' 로케트전기가 신·구 경영진 간 갈등 끝에 결국 검찰의 칼날 아래 놓였다. 창업주 일가가 대표이사를 수십억원대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다. 1998년 기준 국내 건전지 시장점유율 37%로 업계 1위였던 로케트전기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 폐업한 상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케트전기 회장이었던 김종성씨의 장남 준원씨는 최근 로케트전기의 대표이사 안씨와 로케트전기 기획이사이자 알이배터리 대표이사인 차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준원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안씨는 김씨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독자적으로 로케트전기의 경영권을 행사했으며 로케트전기가 법원에서 회생절차개시신청 폐지 결정을 받은 뒤 차씨는 별도의 회사인 알이배터리를 설립했다. 차씨는 로케트전기 퇴직근로자의 체불임금 중 50%를 양도하지 않으면 체불임금을 주지 않겠다며 퇴직근로자 107명으로부터 총 21억여원 상당의 권리를 양도받았다고 고소인은 주장했다.

그런데 알이배터리는 2016년 2월 로케트전기 퇴직근로자 107명의 체불임금 전액인 약 43억원에 대해 로케트전기에 지급명령신청을 해 법원에서 인용 결정을 받았다. 차씨가 체불임금 중 50%를 양도받았는데도 전액에 대해 지급명령신청을 한 셈이다. 로케트전기 대표이사인 안씨는 회사의 손해가 예상됨에도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지급명령은 그대로 확정됐는 게 고소장의 취지다.



준원씨는 고소장에서 "안씨와 차씨가 공모해 알이배터리에 약 43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로케트전기에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안씨는 로케트전기 경영권을 확보한 뒤 재고자산과 설비 등을 양도담보로 10억원 상당을 대출받은 뒤 이 중 일부를 회사 명의 계좌로 입금하지 않았으며 로케트전기 소유 설비 및 차량을 알이배터리에 헐값으로 넘겼다고 고소인은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김씨는 로케트전기 이사 출신으로 알이배터리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이모씨와 그의 부인 노모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로케트전기 국내영업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재직했던 이씨는 로케트전기가 '기가맥스'(GIGAMAX)라는 자체 브랜드로 생활용품업체 다이소에 납품하는 물량 가운데 일부를 빼돌리기 위해 2015년초 노씨를 대표로 내세워 '이새상사'를 설립하고 다이소와 건전지 공급계약을 체결, 매월 8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게 고발장의 취지다. 준원씨는 "안씨가 이를 사실상 묵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씨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전화통화에서 "고소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의혹을 전부 부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알이배터리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나와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국내 최초의 건전지 업체로서 한때 우리나라 건전지 업계를 대표한 로케트전기는 경영난 끝에 2016년 폐업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토종 건전지 명가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로케트전기는 1946년 광주에서 설립된 호남전기에서 출발했다. 1982년 로케트전기로 상호를 바꾸고 1998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로케트전기는 1990년대 중후반까지 '썬파워'의 서통과 국내 건전지 시장을 양분했다. 그러나 에너자이저 등 해외 브랜드에 밀려 점차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로케트전기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였다. 재무구조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로케트전기는 울며 겨자먹기로 1998년 국내 영업권과 상표권을 외국계 기업인 P&G(당시 질레트)에 약 8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후 P&G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건전지 등을 공급하며 사업을 유지했다.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한 셈이다.

그러나 로케트전기의 주력 상품인 1차 건전지 수요가 세계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P&G가 자체적으로 건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로케트전기에 대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로케트전기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1·2차 전지 설비 등 신규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시장 점유율은 2008년 14%까지 떨어졌고 2011회계연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경영상황은 더 악화됐다. 김 회장은 2013년말 로케트전기 자회사인 로케트이앤티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로케트전기 주식 710여만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32억여원을 차입했다. 당시 1주당 가격이 기준금액 이하로 떨어질 경우 강제매각을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맺은 탓에 이듬해 3월 김 회장은 지분 강제매각으로 1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했다.

매출부진과 부채누적으로 독자적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로케트전기는 2014년 3월 광주지법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해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같은 해 12월 로케트전기 회생계획안의 이행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회생폐지 결정을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2013∼2014년도 회계감사보고서에 대해 자본잠식으로 '감사의견 거절' 의견을 받고 로케트전기는 2015년 2월 코스피시장에서도 상장폐지됐다. 로케트전기는 이후 기업회생절차를 재신청하지 않고 청산 절차를 밟아 2016년 4월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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