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시작된 양대 항공사 '총체적 난국'…해결은 '난망'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8.07.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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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카톡 갑질 및 비위 제보, 공동 집회로 이어져…총수 사퇴 바라지만 쉽지 않을 듯

항공업계 '총체적 난국'의 시작은 올 초 아시아나항공 (10,980원 ▲10 +0.09%)의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였다.

박삼구(73)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매달 첫째주 목요일 오전에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당일 비행을 앞둔 승무원들을 격려하는 행사에 문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박 회장의 악수·포옹 등 스킨십과 반말 등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 지적은 당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식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초 창립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임있게 잘 살펴보겠다"는 김수천 사장의 답변으로 이 사태를 넘겼다.

이어 4월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20,950원 ▼100 -0.48%)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 얼굴에 음료수를 뿌린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 벌어졌다. 이 역시 블라인드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SNS가 오너 갑질·불법행위 알린 '도화선'=이후 대한항공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을 개설해 오너와 오너가의 각종 비위(非違·불법적인 행위), 갑질 사건을 언론에 제보했다.

카톡방과 텔레그램 제보를 통해 상속세 탈루(500억원 이상), 배임(땅콩회항 사건 당시 변호사 비용 회삿돈 처리), 횡령(일감 몰아주기, 통행세 가로채기), 약사법 위반(인하대 근처 약국 지분투자로 부당이득 챙김) 등 조 회장에 대한 비위 고발이 쏟아졌다.

이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현민 자매의 운전기사에 대한 욕설·폭력과 관세법 위반 혐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학 및 졸업 사실도 SNS를 통한 고발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인하대 부정 편입학과 낮은 학점 등이 공개되며 경영 등 기본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진에어는 미합중국인 Cho Emily Lee(한국명 조현민)의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사실이 알려지면서 면허 취소 위기에도 처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업체를 급히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내식을 못싣고 '노밀(No Meal)' 상태로 출발하는 전세계 항공업계 초유의 '기내식 대란'을 맞았다.

기내식 대란 와중에 박삼구 회장의 딸이자 전업주부였던 박세진씨(40)가 갑자기 금호리조트 상무로 선임되는 '낙하산' 논란도 일었다. 박삼구 회장의 지인인 '브래드 병식 박' 외국인 임원의 사외이사 재직 사실, 사외이사 재직 기간중 기내식 거래 등도 문제시되고 있다.
SNS로 시작된 양대 항공사 '총체적 난국'…해결은 '난망'


◇양대 항공사 직원연대, 총수 사퇴 요구='다수의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에 의한 사건 진전', '총수 사퇴 요구'라는 점에서 양대 항공사 사태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항공 카톡 오픈채팅방은 내부 분란으로 현재 거의 공중분해된 상황이지만, 대한항공직원연대는 활동 중이다.

'침묵하지 말자'는 아시아나항공 오픈 채팅방은 현재도 활발히 글이 올라오고 있다. 양대 항공사 직원연대는 지난 14일 토요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갑질 격파 문화제'를 열어 '경영진 갑질 근절'과 '그룹 총수 퇴진'을 요구했다.

외신들도 국내 양대 항공사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유력지 스트레이트타임즈는 "한국 항공사들이 국민 공분, 직원 반란, 주가 급락, 경영 부실, 오너가 부정행위 등 난국에 처했다"며 "한국 재벌개혁의 중심에 항공사가 섰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재벌들은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기에 과거 정권과 결탁해 많은 사업적인 양보를 받았지만, 재벌의 각종 오만한 행동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며 현 정부의 재벌개혁 분위기와 최근 항공업계의 난국을 연결지었다.

양대 항공사의 상당수 직원들이 그룹 총수 퇴진을 바라고 있지만, 정작 조양호 회장과 박삼구 회장이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총체적 난국'의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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