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5층 승강장과 지하 1층 대합실을 잇는 승강기가 있었지만 수유실이 있는 지하 2층에는 서지 않았다. 역무원은 지하 1층 고객센터에 유모차를 맡기고 아이를 안은 채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방법을 권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처럼 대표적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역에 수유실 접근성은 문제로 지적된다.
머니투데이가 서울 지하철 1~8호선 277개 역사 중 수유실이 있는 82개 역(88개 역 중 중복 표기된 6개 환승역 제외)을 조사한 결과 24개 역이 수유실 가는 길에 승강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3개 역은 승강기로 수유실에 가는 방법이 전혀 없고 나머지는 지상출구·승강장·환승역 중 한 곳 이상에서 승강기로 가는 방법이 없는 경우다.
2·4호선 사당역·5호선 까치산역·여의나루역 등 3개 역은 지상이나 승강장에서 수유실까지 승강기만 이용해서 갈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 까치산역은 지상으로 이어지는 승강기가 없고 승강장보다 한 층 위인 지하 4층부터 지하 1층까지만 승강기가 연결됐다. 사당역도 2호선 낙성대 방면 승강장에서 계단 10여개를 내려가야한다. 여의나루역은 승강기를 타고 지하 1층에 가서 계단 42개를 내려가는 방법이 그나마 대안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5호선 강동역·광화문역·6호선 상월곡역·7호선 수락산역 등 4개 역은 지하 승강장에서 대합실로 올라가는 승강기가 없다.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6호선 대흥역·동묘앞역·응암역 등 4개 역은 지상 출구에 승강기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수유실이 있는 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러 노선이 만나는 환승역의 절반 가까이는 일부 노선에서만 유모차의 수유실 접근이 가능하다. 수유실이 있는 환승역 25개 역 중 13개 역은 일부 노선 승강장이나 환승구간에 승강기가 없다.
수유실 안내 정보가 잘못된 경우도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식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또타지하철'에 수유실을 운영하는 역명과 전화번호 등을 안내하고 있다. 수유실 위치를 알 수 있는 역사안내도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보가 틀리거나 부실해 이용자의 혼란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유실을 운영 중인 지하철역 중 16개 역은 홈페이지나 앱에 제공된 역사안내도에 수유실 위치가 나오지 않는다. 2호선 성수역과 3호선 옥수역에는 수유실로 가는 길에 승강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에는 승강기가 없는 것처럼 나와 있다.
11개월 된 아이 엄마 이모씨(31)는 "외출 전 항상 이동구간 내 지하철역의 수유실 여부와 위치를 확인한다"며 "지도에 수유실 위치 표기가 안 된 역은 역무실에 일일이 전화하느라 번거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1호선에서 7호선으로 가는 환승 구간 계단층 중간에 있는 수유실. 가산디지털단지역 수유실은 7호선 쪽에서만 승강기를 타고 접근할 수 있지만 안내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사진=이영민 기자
서울교통공사는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문제를 검토하고 신속히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수유실 접근에 문제가 있는 24개 역 중 5호선 광화문역·2호선 신설동역·8호선 남한산성입구역 등 3개 역에는 승강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수유실을 운영 중인 역을 전수조사해서 승객들이 유모차를 끌고 수유실에 갈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안내도에 수유실 위치가 표기돼 있지 않은 문제도 최대한 신속히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