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가 사랑한 프랑스 노천카페, 왜 죽어가나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07.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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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랜차이즈 현지화 성공, 배달음식 인기
2~3시간 여유있는 식사 문화 점점 사라져…
햄버거 판매량, 토종 잠봉뵈르 처음 꺾기도

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노천 카페. /AFPBBNews=뉴스1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노천 카페. /AFPBBNews=뉴스1


프랑스 파리 11구의 한 식당. 한창 바쁠 점심시간이지만 가게 내부엔 중년 신사 두 명이 앉은 한 테이블이 전부였다. 이들은 익숙한 듯 웨이터와 눈인사를 한 후 와인과 샐러드, 파스타를 주문했다.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만나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15년 단골 손님들. 하지만 이들이 식사를 끝낼 때까지 더 이상의 손님은 찾아오지 않았다.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제럴드가 사랑했던 프랑스의 노천카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11일(현지시간) 타임지, BBC 등이 보도했다.



프랜차이즈를 꺼려하던 프랑스인들이 맥도날드, 스타벅스 같은 곳을 이용하고, 음식 배달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더 이상 친구나 가족들과 둘러앉아 2~3시간씩 천천히 식사를 즐기는 프랑스 고유의 문화를 누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프랑스 파리의 노천카페 수는 매년 줄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까지 파리 시내 노천카페 300여곳 이상이 폐업했다. 파리 시내 4만여개의 레스토랑 중 14%(약 5600개)가 노천카페이니 4년 동안 5%가량이 사라진 셈이라고 BBC는 전했다. BBC는 30여년 전만해도 파리 레스토랑의 절반이 노천카페였다고 덧붙였다.



노천카페는 19세기 초 프랑스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이 레스토랑보다 값싸게 음료와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가게이다. 저렴한 가격에 블루칼라 노동자부터 전문직, 예술인, 여행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면서 프랑스 문화의 하나가 됐다.

/사진=프랑스 맥도날드 페이스북/사진=프랑스 맥도날드 페이스북
노천카페에서 식사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이 줄어든 이유로 우선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인기가 꼽힌다. 업체들은 패스트푸드 등에 배타적이었던 프랑스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맥도날드는 프랑스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키웠다. 프랑스 식품컨설팅업체 지라 콩세이에 따르면 지난해 햄버거 판매량은 약 15억개로 사상 처음으로 잠봉뵈르(12억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잠봉뵈르는 프랑스 전통음식으로 바게트에 버터를 바르고 햄을 넣은 샌드위치다. 프랑스 맥도날드의 2016년 기준 매출액은 47억유로(6조2000억원)로 매장은 1400여개이다.


음식 배달 서비스가 보편화 된 점도 노천카페를 멀리하는 이유가 됐다. 현재 파리 등에는 테이크잇이지, 푸도라, 딜리버루, 우버이츠 같은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의 푸도라는 2015년 파리에 진출해 매년 20~40%씩 주문이 늘고 있고, 2016년 파리에 입성한 우버이츠는 2년 새 매출이 2배나 증가했다.

BBC는 게다가 최근 몇 년간 프랑스에서 잇단 테러가 터진 것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노천카페에 모이지 않는 이유라고도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파리의 노천카페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5월에는 이를 추진하는 협회도 생겼다. 이들은 오는 9월 프랑스 문화부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협회는 "노천카페는 사람과 문화를 한데 모으는 공간"이라며 "오랜 기간 문화적인 용광로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파리의 명물인 고서적 판매상들인 '부키니스트'와 프랑스 전통 빵인 '바게트'도 유네스코 등재 신청서를 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문화부는 후보들을 접수받아 한 가지를 선택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낸다. 등재되면 유네스코로부터 각종 지원금 등 혜택이 주어진다.

뉴욕타임스는 "노천카페가 파리의 명물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써 정말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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