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前수행비서 "강압적 분위기 아냐" 반론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8.07.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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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4차 공판, 피고인측 증인신문…"김지은, 안 前지사와 격의없어 보여"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수행비서가 경선 캠프 내 분위기가 "권위적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김지은씨(33)가 안 전 지사를 격의 없이 대해 놀랐다고도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1일 오전 10시부터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안 전 지사 측 증인 어모씨(35)를 상대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어씨는 지난 대선 당시 안 전 지사 경선 캠프에 참여한 인물이다. 피해자 김씨와 캠프 홍보기획팀에서 같이 일했다. 김씨가 수행비서였을 당시 정무비서로도 일하다가 김씨 후임으로 안 전 지사 수행비서를 맡았다.

어씨는 이날 재판에서 안 전 지사의 경선 캠프나 충남도청 내 분위기가 강압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씨는 '피고인이 증인이나 도청 직원에 고압적, 명령적 태도를 취했냐'는 안 전 지사 변호인 측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대부분 '~해주게', '~하세' 등 부탁조였다"고 말했다.

이는 이달 9일 3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과거 충남도청 관계자 정모씨(29)의 증언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정씨는 도청 내 기류를 "안 전 지사를 거역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증언했다.

어씨는 피해자 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업무적으로는 깍듯하게 대했지만 업무 외적인 자리에서는 어씨 본인이나 운전기사보다 격의 없게 대했다고 주장했다.


어씨는 "안 전 지사와 비서실 직원들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농담을 하자 김씨가 '지사님 그런 거 아니에요. 지사님이 뭘 알아요. 아니에요'라고 말해서 놀란 기억이 있다"며 "당시 나뿐만 아니라 다른 비서도 놀란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어씨는 김씨가 수행비서 업무 인수인계를 할 당시 어씨나 안 전 지사 앞에서 자주 울었다고 말했다.

어씨는 "인수인계 마지막 날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수행비서 마지막이네, 보고 싶어 어쩌냐'고 말하자 김씨가 울었다"며 "안 전 지사가 '그만두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 넌 앞으로 날 위해 해줄 게 많다'고 말하며 달랬다"고 증언했다.

어씨에 따르면 당시 김씨는 안 전 지사에게 "전임 수행비서도 그만둘 때 울었는데 저는 울면 안 되냐", "저 일 못하게 괴롭히면 세계여행 떠날거다", "사람들이 저보고 한직으로 밀려난다고 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어씨에 대한 피고인 측 신문이 끝나자 검찰 측의 반대 신문도 진행됐다. 검찰은 어씨가 김씨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 정도로 김씨에게 부정적인 태도라는 점 등을 지적하며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어씨는 이번 사건 관련 기사에 김씨를 비방하는 댓글을 단 혐의로 올 3월16일 고발된 상태다. 김씨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2차 피해 관련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어씨는 '안 전 지사 관련 기사에 김씨를 비방하는 댓글을 단 적이 있냐'는 검찰 측 질문에 "약 30~40개 정도 댓글을 단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검찰이 공개한 어씨의 댓글 내용에는 김씨를 향한 비속어, 인신공격성 발언, 사생활 공격 등이 포함돼 있다.

어씨는 "안 전 지사 조직 내 사람들이 모두 성범죄를 눈감고 성폭력을 방조하는 사람들로 오해받아 항변하는 뜻에서 댓글을 달았다"며 "수행업무 전용 전화기 기록을 내가 지운 것처럼 언론 보도가 나가서 억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판은 이날 오후 계속된다. 오후 재판에서는 안 전 지사 측 증인인 안 전 지사의 전 운전기사 정모씨를 상대로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이어 충남도청 미디어센터장 장모씨와 안 전 지사 비서실장 신모씨의 증인 신문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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