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13억 인도 속으로 뛰어든 한국 기업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정리=임동욱 기자 2018.07.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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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재발견]'메이드 인 코리아' 인도 수출 '쑥쑥'…대기업 '현지로'

편집자주 인구 13억의 인도는 늘 '희망의 땅'으로 불렸다. 하지만 인도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과 노이다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 기공식을 계기로 한국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 인도시장을 재조명했다.

[MT리포트]13억 인도 속으로 뛰어든 한국 기업들


한국의 7위 수출 대상국인 인도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2017년 기준 한국 수출과 수입에서 인도 비중은 각각 2.6%, 1% 수준이다. 인도 입장에서 한국은 8위 수입대상국이다. 인도 수입시장에서 한국 비중은 3.2%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 인도 수출은 151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8% 증가했다. 올해 1~5월 누적 기준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 증가한 62억 달러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 최대 수출품목은 철강판이다. 2017년 17억5800만 달러를 수출했다. 올해 1~5월에도 전체 품목 중 가장 큰 규모인 9억500만달러를 수출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철강판, 무선통신기기, 패션잡화, 합성수지, 자동차부품에 이어 6번째로 수출규모가 컸던 반도체는 올해 1~5월 누적기준 3위로 뛰어올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의 일환으로 현지 제조업 육성을 위해 각종 부품에 대한 관세가 인하돼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대 인도 수입은 전년 대비 18.1% 증가한 49억달러다. 올해 1~5월 누적기준으로는 7.4% 늘어난 23억달러다. 알루미늄과 석유제품, 합금철선철 및 고철, 정밀화학원료 등이 주요 수입품목이다.

◇삼성·LG전자, '현지화 전략' 승부수

삼성전자는 1995년 인도 진출 이후 판매와 생산은 물론, 기술 개발, 디자인 등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갖추고 현지 시장을 공략 중이다.


델리 인근 구루그람에 서남아총괄 겸 인도판매법인이 자리 잡고 있고, 방갈로르에 모바일/선행기술 R&D센터가 있다. 1997년 가동을 시작한 노이다 공장은 모바일 제품 및 냉장고를, 2007년부터 가동 중인 첸나이 공장은 TV, 냉장고, 세탁기를 각각 생산한다.

인도 전역에 15만개의 판매망이 있고, 3000개의 서비스포인트와 535대의 서비스밴을 통해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인도 평판 TV시장에서 30%가 넘는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밀착 경영에 역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액티브워시' 세탁기는 원래 인도에서 처음 개발된 제품이다. 인도 가정에선 빨래할 때 욕실 바닥에 앉아 셔츠의 깃이나 소매 부분을 애벌빨래 후 세탁기에 넣어 본 빨래를 시작하는데, 삼성전자는 여기서 착안해 세탁기 본체에 개수대와 빨래판을 설치한 액티브워시 세탁기를 개발했다.

LG전자는 1997년 노이다에 인도법인을 세우고 현지에 진출했다. 현재 생산기지는 노이다와 푸네에, 소프트웨어연구소는 방갈로르에 있다. 인도법인은 내수 사장에 판매하는 제품 외에 중동, 아프리카 등에 수출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요 품목은 TV,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폰 등이다. 임직원수는 약 3400명으로, 99%가 현지인이다.

LG전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수질을 고려해 정수 성능을 높인 정수기 △전력 공급이 끊겨도 7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 △초음파로 모기를 쫒는 에어컨과 TV 등 현지 특화 제품을 내놨다.

시장조사업체 TRA(Trust Research Advisory)가 인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LG전자는 '2016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 '2015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로 뽑히는 등 인도의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 내수 2위…2020년까지 10억弗 투자

현대차는 1998년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생산공장을 세우며 현지에 진출했다. 20년 전 당시 인도 승용차 시장 규모는 35만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배에 육박하는 320만대 규모로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 시장으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경차 쌍트로를 생산해 진출 첫해부터 인도 내수시장 2위 메이커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52만7320대를 판매하며 일본-인도 합작사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인도공장은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수출하는 핵심 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 현재 생산능력은 연간 65만대 수준으로, 이온과 △i20 △엘란트라(AD) △크레타 △투싼 △그랜드 i10 △베르나(HC) 등을 생산 중이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투자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북미·유럽과 함께 인도에 별도의 권역본부를 마련했다. 또 앞서 올 초 인도에서 2020년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전기차 등 9개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형제 브랜드인 기아차도 인도 진출 채비에 나서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말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 지역에서 신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약 13억 달러를 투자해 216만㎡ 부지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으로 현지 전략형 소형 승용 및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등이 생산 검토되고 있다.

◇포스코 인도 제철소 건설은 '지지부진'

포스코가 인도 동부 오디샤에 연산 1200만톤의 일관제철소를 지으려던 계획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포스코는 2005년 6월 오디샤 주 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과 열연강판을 만드는 일관 제철소 설립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업은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제철소 건립과 관련해 필요하지 않은 부지를 반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대신 포스코는 인도에 대표법인(해외에 진출에 있는 계열사를 통합관리) '포스코 인디아'와 생산법인 및 가공센터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생산법인 '포스코 마하라슈트라'는 냉연, 도금 제품을 인근 자동차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인도 물류기업 CJ다슬을 인수했다. 1986년 설립된 CJ다슬은 지난해 4월 CJ대한통운이 지분 50%를 인수해 1대주주가 됐다. 총 3400여명의 임직원을 둔 CJ다슬은 육상 및 철도, 해상, 중량물 운송 역량을 갖춘 종합물류기업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J다슬의 현지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인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SCM(공급망 사슬 관리)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라며 “우리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2010년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최근 쌍용차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 SUV인 ‘G4 렉스턴’을 인도로 수입해 현지 차칸 공장에서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달 인도로 첫 선적이 이뤄졌다.

한국 금융권도 인도 자본 시장에 진입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2년 전인 2006년 11월 뭄바이에 국내 첫 인도법인을 설립한 후 지난해 10월 같은 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인도법인을 세운 것이 2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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