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다리 괴로워"…'좌식 문화'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8.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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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프고 다리 저리는 좌식…등받이로 편안해진 입식이 대체

서울 종로구 일대에 위치한 식당 전경. 한때 좌식이었던 식당이 입식으로 바뀌었다/사진=한지연 기자서울 종로구 일대에 위치한 식당 전경. 한때 좌식이었던 식당이 입식으로 바뀌었다/사진=한지연 기자


좌식(坐式)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양 다리를 교차하는 양반다리를 하거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다. 방바닥을 데워 생활하는 온돌문화에서 침대 문화로 생활상이 바뀐 것도 좌식 문화가 사라지는 데 기여했다.

4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일대의 식당들을 방문해보니 다수 식당이 좌식에서 입식으로 테이블을 바꾼 것을 볼 수 있었다.



서린동 A한식당 대표는 "손님들이 좌식을 싫어한다"며 "우리 가게 뿐만 아니라 다른 식당들도 다 입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요즘 식당 트렌드를 설명했다.

맞은편 B한식당은 최근 바닥 아래로 다리를 내리고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앉을 수 있는 '호리고타츠' 방식으로 자리를 바꿨다. B식당 대표는 "요즘 젊은 사람이든 어르신들이든 좌식은 허리 아프다고 싫어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손님들도 좌식 테이블이 불편하다며 꺼려했다. 직장인 이모씨(26)는 "좌식 테이블은 벽 쪽이 아닌 이상 등을 기대기가 힘들어 허리가 아프다"며 "일부러 좌식 식당을 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평소 하이힐과 치마를 즐겨 입는다는 홍모씨(27)도 "치마를 입고 좌식 식당에 가면 치마가 올라갈까봐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해 다리가 저리다"며 "회사 사람들에게 힐을 벗고 맨발을 보여주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입식으로 바뀐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사진=중앙대병원입식으로 바뀐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사진=중앙대병원
식당 뿐만이 아니다. 좌식 테이블의 대표 장소로 여겨졌던 장례식장도 입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중앙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 병원 등이 입식 장례식장을 마련했다. 입식 장례식장에선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는 절 대신, 신발을 신은 채 가벼운 목례로 고인에 대한 인사를 할 수 있다.

중앙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장례식장에 조문을 와 양반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꿇고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조문객들의 척추 및 관절 건강을 위해 입식 접객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이현씨(30)는 "조문객이 올 때마다 상주가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들어보였다"며 "입식 장례식장은 상주와 조문객 모두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반다리는 실제로 허리와 다리 건강에 좋지 않다. 범재원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양반다리로 장시간 앉아있게 되면 목과 허리가 구부러지게 된다"며 "이런 자세는 디스크가 터지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바닥에 앉는 것 보다 허리에 무리를 덜 주는 등받이 의자에 앉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동호 화이팅마취통증의학과 광화문점 원장은 "양반다리는 허리근육의 긴장을 유발해 반복될 경우 디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또 무릎관절에도 좋지 않아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가피하게 양반다리를 오래해야 한다면 한시간에 한번씩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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