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성평등정책담당관 인터뷰 /사진=임성균 기자
올 4월 신설된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이끄는 여성학자 이성은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51)은 조직 내 만연한 성차별에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청은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성평등정책 계획을 세우고 이를 수행할 전담부서로 성평등정책담당관을 신설했다.
"경찰이 성차별적 기관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11만명 경찰 중 여경 비율은 10% 남짓이고 일반직을 포함해도 13%입니다. 일례로 승진심사위원 중 반드시 여경을 포함 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더니 일부 지역청은 간부급 여경이 부족해 실행이 불가능 하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이렇게 여경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직이 바뀌길 바라는 건 무리죠."
경찰청이 가장 먼저 내놓은 여경 확대 정책은 2019년도 경찰대학·간부후보생 성별 구분모집 폐지다. 이 담당관은 "남녀 통합모집을 하면 여경 비율은 최대 30% 안팎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여경 비율이 가장 높은 영국이 29.1%다.
경찰청은 2022년까지 여경을 전체 15%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체력이 약한 여경을 늘리면 치안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담당관은 이 같은 주장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체력검정평가 결과는 성별보다 연령별 차이가 훨씬 큽니다. 이런 논리라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50대 남성 경찰들은 모두 그만둬야 해요. 통합모집을 위해 각 직군이 요구하는 역량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 평가 종목인 100m 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이 경찰 업무에 정말 필요한 역량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실제로 힘쓰는 일이 필요한 직무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담당관이 또 다른 중요 과제로 꼽은 것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이 담당관은 "아직까지 3교대를 서는 일부 현장 경찰은 가정생활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는 남성 경찰들에게서도 제시되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관은 "무자녀·남성 중심적인 조직 분위기를 바꾸려면 간부들부터 휴가를 쓰고 일·가정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선제적으로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 담당관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도 경찰의 성평등 문화 조성 의지가 상당히 크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담당관 임기인 향후 2년간 경찰이 성평등문화 조성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