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E는 4월 17일 주식거래가 중지된 후 2개월여만인 6월 13일 거래가 재개됐다. 그러나 홍콩증시에 상장된 H주는 6월 13일 42% 폭락했고 선전증시에 상장된 A주는 지난 25일까지 8일 연속해서 가격제한폭(10%)까지 떨어졌다. 첫 번째 하한가를 기록한 6월 13일에는 하한가에 8억 주의 매도주문이 쌓였다.
당초 중국 증권업계는 4번의 하한가를 예상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ZTE는 하한가 8번을 기록하고 나서야 하락을 멈췄다.
ZTE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ZTE가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미중 무역전쟁의 첫 번째 희생양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구매금지 조치를 부과하자 ZTE는 벌금 10억 달러를 내고 4억 달러를 보증금으로 예치하고 경영진을 교체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미국 정부가 ZTE에게 부과한 벌금 총액인 22억9000만 달러(약 146억 위안, 약 2조5000억원)는 ZTE가 1997년 상장 이후 2017년까지 벌어들인 순이익 합계(231억 위안, 약 3조9000억원)의 60%가 넘는 금액이다. 20년 넘게 장사해서 남 좋은 일만 시킨 격이다.
ZTE는 지난해 1088억 위안(약 18조50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45억7000만 위안(약 78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호전되는 추세였으나 이번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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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E가 미국 정부의 타깃이 된 이유는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의 미국 내 영업활동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중국 통신장비들이 미국에서 감청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심에서다. 이 때문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Huawei)도 미국 정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ZTE와 화웨이는 미국시장에서 통신장비 뿐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라이존(Verizon) 같은 미국 통신사를 통해서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반사이익을 누리는 건 삼성과 LG다.
◇큰 손실을 본 중국 투자자들
이번 사건으로 중국 자산운용사들도 큰 손실을 입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중국 현지 펀드 189개가 ZTE 주식 1억8700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올해부터 본격화될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로 인해, ZTE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ZTE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약 36억 위안(약 6100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게 된다.
뿐만 아니다. ZTE 주주는 31만2300명에 달하는데 대다수가 개인투자자다. 보유주식이 적은 투자자도 있겠지만, 31만명이 넘는 투자자가 투자금 대비 약 60%의 손실을 입은 상태다. 실제로 중국의 유명한 슈퍼 개미투자자 중 ZTE 주식을 4216만 주나 보유한 투자자가 있었다. 이 투자자의 손실금액은 무려 약 7억6000만 위안(약 1290억원)에 달한다.
미중 무역전쟁은 ZTE와 같은 개별 회사 뿐만 아니라 중국증시 전체에도 영향을 끼쳐 상하이증시는 올해 고점 대비 약 20% 하락했다. 시가총액 1000억 위안(약 17조원)이 넘는 대형주 중 올해 들어 20% 넘게 하락한 종목이 25개에 달한다.
올해 시총 1000억 위안 이상 대형주 하락률 순위를 살펴보면 ZTE가 63%의 하락률로 1위를 기록했고 2위는 중국 최대 알루미늄생산업체인 중국 알루미늄이 차지했다. 중국 최대 LCD생산업체인 BOE도 41% 하락했다. 신화보험, 중국중차, 바오터우철강, 중국중공업, 광치그룹도 30%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중국증시의 조정국면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