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JP 훈장, 취소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김희량 인턴 기자 2018.07.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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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상훈법 취소 규정은 존재…JP가 재임경력으로 수여했다면 '취소사유' 해당 안 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있다. 2018.6.25/뉴스1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있다. 2018.6.25/뉴스1


지난달 23일 세상을 떠난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국민훈장이 추서됐다. 'JP 훈장 추서'는 "2010년 이후 역대 총리들에 무궁화장을 추서한 관례를 따른 것"이라는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김 전 총리 훈장 추서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된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 하락도 이 때문이란 게 여론조사 업체의 설명이다. 김 전 총리가 살아온 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탓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양김(김대중·김영삼)'과 함께 문민정부와 국민의정부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이라는 꼬리표도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정의당과 군인권센터 등은 그의 훈장 추서에 유감을 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훈장 추서 반대 글도 올라왔다. 훈장 추서는 '선(先) 추서, 후(後) 처리' 방식이다. 국무회의 의결 뒤 확정된다. 만약 추서가 확정된 뒤 반대 여론이 들끓는다면 훈장 추서가 취소될 수 있을까.

[검증대상]
정부의 김 전 총리(JP) 훈장 추서 결정의 취소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검증방식]
헌법 제80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훈장 등을 수여한다. 이때 훈장 수여의 경우 영전 수여(제89조)에 해당돼 국무회의 심의가 필수적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국무회의 의결까지 완료돼야 훈장 추서가 된다. 훈장이 확정된 이후라도 상훈법상 취소 사유를 충족하면 취소가 가능하게끔 절차가 마련돼 있다.

'JP훈장'의 취소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재 추서의 기준이 되는 상훈(賞勳)법을 살펴봤다. 상훈법은 국민과 외국인 중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훈장이나 포장을 주는 일에 관한 법률이다.

◇JP가 추서 받은 훈장은=김 전 총리가 받은 훈장은 국민훈장 중 1등급에 해당하는 무궁화장이다. 민간인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등급이다. 국민훈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의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상훈법의 취소 규정을 살펴보면=
정부의 추서 이유가 '총리 경력'에 근거한 것이라면 상훈법 취소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상훈법 제8조에는 '서훈의 취소'에 관한 규정이 있다. 제8조에 따라 △훈장을 받은 자의 공적이 허위로 판명될 경우 △국가 안전에 관한 죄로 처벌받거나 적대 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형법 등 범죄로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 형을 받은 경우에 훈장은 취소된다. 김 전 총리는 이들 규정에 해당이 안된다.


◇취소 절차는 어떻게 되나=서훈이 취소될 경우 추서 결정 당시와 동일하게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 상훈담당관실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해당 부처에서 취소 요청을 하면 행안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상정 후 의결이 되면 대통령 결재를 받아 취소가 확정되는 절차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취소 사례는=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자의 경우 2018년 2월 대법원에서 친일행위가 인정되자 1962년 수여받은 건국공로훈장이 취소됐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12.12 쿠데타 사건 및 5.18 민주화운동 진압으로 이전에 받은 각각 9개, 11개의 서훈이 2006년에 취소됐다. 그러나 이들에게 수여된 '무궁화대훈장'은 취소되지 않았다. 해당 훈장은 대통령직 수행자에 수여되는 훈장이기 때문이다.

[검증 결과]
'훈장의 취소' 자체는 법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 그러나 'JP 훈장'의 경우, 현 상훈법에 명시된 3가지 '훈장 취소'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가 언급한 추서 결정 배경에는 '전직 국무총리에 대한 관례'라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JP의 전직 국무총리 재임 사실 자체로만 본다면 취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것도 궁금해요]
◇선 추서 후 처리 방식이란=선 추서의 경우 장례 절차에 활용할 수 있게끔 훈장 비치를 한 상태를 의미한다. 소방 공무원들이 소화 작업 중 순직하게 되면 훈장이 추서되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훈장 수여는 원칙적으로는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결재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국무회의는 주1회이기 때문에 순직자들에게 예를 다하기 위해 장례 절차 마무리 전에 선 추서가 이뤄지고는 한다. 기타 추가적인 행정 절차는 사후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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