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같은 외모가 각광받고,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 그루밍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초 제품을 넘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눈썹·입술 메이크업, 문신·제모 등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 대기업에 입사한 한 남성이 백화점 남성화장품 매장에서 제품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2018년 대한한국 20~30대 남성들의 화장품 사용 패턴이다. 이 중 3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남성 화장품 시장 평균 이하 소비자다. 21일 소비자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오픈서베이가 국내 거주하는 20~39세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화장품 사용 현황을 조사해보니 평균 7.4개 제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톤 투명하게, 눈썹 선명하게…립밤 바르는 남성들=한국 남성이 많이 쓰는 제품은 폼클렌저(78.8%)와 로션(75%), 토너(69.2%) 등이다. 향수(46.2%)와 바디로션(41.8%), 선크림(41.4%), 립밤(37.4%) 등을 쓰는 남성도 40% 안팎에 달한다. 수분크림(33.2%), 에센스(29.6%), 마스크팩(23.4%), 비비크림(15%) 등도 일반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여성들에게 익숙한 쿠션팩트,아이브로우 등도 남성 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아이템이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피부관리를 한다. 상당수 군인들이 야외 훈련 때 선크림을 챙겨 바르고, 위장크림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사용한다. 아이크림에 마스크팩까지 쓰는 사람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소비자 실태 조사를 해보면 한국 남성들이 피부 관리, 화장품 선택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는 큰 전환점은 군대"라며 "군 복무 시절 피부가 많이 망가지기 때문에 관리하는 습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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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들이 화장품을 적극 구매하는 등 외모를 가꾸는데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것은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사회풍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취업 전선에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성들의 화장품 소비패턴이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태동 단계에서 큰 변화가 없던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성장기로 접어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한 대기업에 입사한 박재웅씨(가명·30)는 "면접을 앞두고 남성 전용 메이크업 강좌나 시연회를 찾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점을 빼거나 제모를 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취준생 입장에선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뒤처지면 안된다는 위기감때문에 경쟁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학력, 외국어 점수 등 스펙을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이 늘면서 외모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깔끔하고 귀여운 외모의 남자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따라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에게 좋은 모습 보이려는 노력은 세대를 떠나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인성이나 실력보다 외모가 최우선 순위이자 가장 중요한 절대 가치로 인식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은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먼저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아시아 시장 전략을 짜기도 한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는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올 하반기 종합 그루밍숍을 선보인다. 랩시리즈, 비오템 옴므, 디올 옴므 등 대표 브랜드의 경우 한국을 중요한 테스트 베드이자 매출이 높은 핵심 시장으로 분류, 관리한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SK-Ⅱ도 남성라인 제품을 한국 시장에 먼저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