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대란' 일본, 공유숙박 규제에 여행객도 숙박업자도 '멘붕'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06.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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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민박법' 시행 앞서 4만여건 이상 에어비앤비 예약 취소 사태...새 법 등록절차 까다로워 사업 포기도 속출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일본에서 공유숙박업 규제 관련법인 일명 '민박법'을 지난 15일부터 시행하면서 대규모 예약 취소 사례가 발생하는 등 이른바 '숙박 대란'이 일어났다. 기존 사업자들은 공유숙박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규제를 회피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어 당분간 일본을 방문할 여행객들의 불편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5일 주택 공유 규제 관련법(민박법) 시행에 들어갔다. 지자체에 민박업으로 허가받지 못한 곳은 사업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법 시행 2주를 남겨둔 시점에서 이미 '민박법'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업소에 예약한 건수를 취소하겠다고 밝히면서 대규모 취소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에어비앤비는 지난 1일부터 순차적으로 일본에 등록된 자사 숙소 약 6만2000건 중 80%에 달하는 4만건을 일괄 삭제했다. 현재 에어비앤비의 숙박업소 리스트는 1만3800여개 수준으로 줄었다. 에어비앤비는 대신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투입해 여행객들의 환불과 비행기 티켓 수수료 등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일본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숙박공유 사업 '라쿠텐 리풀 스테이' 역시 이 같은 조치에 따라 공유숙박 리스트가 대폭 줄었다. 라쿠텐은 현재 724개 숙박시설만 등록돼 있다. 현재 새 법에 따라 등록 대기 중인 곳은 1600여건에 달한다.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여행객들도 갑작스런 예약 취소 사태에 추가 비용을 부담해 호텔 등 대안을 알아보느라 불편을 호소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에어비앤비의 대규모 취소 사례로 아예 수천명의 여행객들은 일본 여행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이 민박법은 모든 공유숙박업소들이 지자체에 '민박업'으로 등록할 것을 강제한다. 연간 영업일수도 180일로 제한된다. 이밖에 지자체 별로 규제 방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교토는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만 공유숙박 영업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따로 마련했다. 도쿄 시부야구는 초등학교 휴일에만 공유숙박업을 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지자체별로 규정이 강화되는 곳이 많아지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상당수의 사업자들이 아예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8일 기준 일본내 신규 민박업 신청은 2707건에 불과했다. 이중 허가를 받은 곳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1134곳에 머물렀다.

공유숙박 사업자들은 오사카 등 규제가 약한 지자체로 숙박을 옮기기도 한다. 오사카는 1년전 만해도 숙박업체가 100여곳에 불과했는데 지난 3월말 기준 1683개까지 늘었다.

일본 정부의 '민박법'에 따르면 공유숙박업자들은 예외 없이 외부업체에 숙박 서비스 관리를 맡겨야 한다. 또한, 해당 건물이 숙박 공유에 적합하다는 건축물 안전 테스트와 인증서도 구비해야 한다. 이밖에 인근 10미터 반경의 주민들에게 해당 거주지가 숙박업소로 이용됨을 알려야 하며, 소유주의 신원까지 전부 밝혀야 해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민박법'에 대해 숙박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공유숙박업자는 "정부의 새 법안 시행에 맞춰 등록을 준비해왔는데, 지자체에선 정부 발표안보다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걸며 사실상 등록을 막고 있다"며 "예약자들에게 등록을 마칠 테니 15일 이후 예약 문제는 걱정말라 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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