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정보교환도 담합 증거로…달라진 경제환경 반영"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8.06.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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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조찬강연]공정거래법 전면개편 과제 중 하나로 추진…알고리즘 담합 등 4차 산업혁명 대응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머니투데이 창간기념 조찬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머니투데이 창간기념 조찬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통해 '기업간 정보교환'도 기업들의 담합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핵심 증거로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오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머니투데이 창간기념 조찬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해 "실제로 이뤄지는 많은 담합이 명시적·암묵적 합의가 아닌 정보교환 등을 통한 동조적 합의인데 이런 것들은 현행법으로 처벌이 어렵다"며 "이런 부분을 공정거래법에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업의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처벌하기 위해선 공정위가 '합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동안 공정위는 정보교환 행위를 묵시적 합의로 보고 처벌해 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정보 교환만 해도 담합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도 정보교환을 중요한 입증 근거로 활용하는 등 이러한 '묵시적 담합'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대법원은 "정보교환의 성격과 외형상 일치 여부, 의사결정 과정 등을 고려해 사업자 간 의사의 일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정보교환행위 자체를 합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차이는 공정위는 정보 교환을 담합행위의 '결과'로 보는 반면, 법원은 담합 전의 '과정'으로 보는 탓이다.

이로 인해 공정위는 생명보험사 담합(2014년), 라면값 담합(2015년) 등 사건관련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으며 수백억원 규모로 부과됐던 과징금도 모두 취소됐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판단에도 일부 영향이 미쳤다. 2016년 공정위 사무처가 시중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을 4년간 조사해 왔지만 전원회의에서 심의절차 종결을 결정하며 사실상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당시 전원회의에서 은행 실무자들의 CD와 관련된 채팅방 대화를 묵시적 담합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는 수년 전부터 기업간 정보교환을 명시적 담합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작업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히 재계 반대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쟁사끼리의 출혈경쟁을 막기 위한 것이나 사적인 정보 교환 등까지도 공정위의 조사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일정 정도 정보교환만으로 동조적 행위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알고리즘 담합도 마찬가지로, 같은 알고리즘 쓰면 같은 가격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알고리즘 담합이란 사업자가 동일한 가격책정 알고리즘을 사용하거나 알고리즘 자체가 경쟁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도록 설정된 경우 등과 같이 일종의 묵시적 담합이다. 항공권 예약, 온라인 쇼핑 등 분야에서 실시간으로 최적의 가격을 산출하는 과정에 이러한 알고리즘이 사용된다.

실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과제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한 알고리즘 담합, 데이터 독점 등 신유형 경쟁제한행위를 효과적 규율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것들을 법조문으로 만들면 한 문장 또는 한 단어 삽입하는 것 뿐이지만 21세기 4차산업혁명 시대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시장참여자의 동조행위를 끌어내는 '힘의 남용'을 적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절대 재벌개혁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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