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도 뛰어들었다… 바이러스 항암제 경쟁가열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8.06.20 04:20
글자크기

폭스·아데노바이러스 등 전임상 착수… 신라젠 펙사벡이 나침반 역할

코오롱도 뛰어들었다… 바이러스 항암제 경쟁가열


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 경쟁이 불붙었다. 정상 세포를 건드리지 않고 종양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신개념 요법이 차세대 항암제로 부상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 (21,900원 ▼250 -1.13%)은 최근 종양살상 바이러스 치료제(KLS-3020) 효능을 증가시키는 '폭스 바이러스 프로모터' 특허를 취득했다. 해당 특허는 치료 유전자 발현을 강하게 유도하는 기술이다.



폭스 바이러스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지만 동물에게는 치명적이다. 신라젠이 개발 중인 백시니아 바이러스(펙사벡)와 사촌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폭스 바이러스에 더해 아데노 바이러스, 아데노 어소시에이티드 바이러스 등 3개 종류의 바이러스를 활용한 치료제도 개발에 착수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은 항암제와 통증치료제에 걸쳐 3개 파이프라인으로 진행된다. 모두 전임상 단계로 상당한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항암제 개발은 주로 해외에서 활발한 편이다. 신라젠 (4,710원 ▼100 -2.08%)의 유럽 파트너인 트랜스진이 폭스바이러스를 활용해 폐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고 옥스포드 바이오메디카는 항암백신을 만들고 있다. 이뮨디자인사는 랜티바이러스로 폐암, 난소암 임상 중이며 제넨텍도 연구에 뛰어들었다.

연구 사례는 많지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바이러스 치료제는 암젠의 임리직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2015년 출시된 임리직은 흑색종(피부암) 치료제로 한정돼 시장 확장성이 매우 제한적이다.

임리직에 이어 세상에 두 번째 바이러스 항암제로 출시가 유력한 약물은 신라젠의 펙사벡이다. 펙사벡은 간암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3상 중이다. 전체 600명 환자를 대상으로 300명 환자가 몰린 중국에서 최근 임상이 시작됐다. 2020년 출시가 목표다.


바이러스 항암제 연구와 임상이 활발한 이유는 안전성과 약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나 2세대 표적항암제처럼 멀쩡한 세포까지 공격하지 않는다. 암 덩어리에 선택적으로 침투해 암 확장을 억제하고 파괴한다. 여기에 '옵디보' '여보이' 같은 면역관문억제제가 더해지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종양세포(항원)가 노출돼 면역계의 집중 공격을 받는다.

바이러스 항암제 가치는 주로 펙사벡에 의해 구현된다. 다양한 암종에 대한 임상 중 고열 같은 독감 증세를 제외하고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간암, 신장암, 대장암 등 임상에서 암세포가 사라지는 완전관해 사례가 속속 보고된다.

바이오업계는 바이러스 항암제가 지금까지 검증된 안전성과 약효 때문에 항암제 세대교체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곳곳에서 면역관문억제제끼리 병용투여가 경쟁적으로 이뤄졌는데 다수 임상 데이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무게추는 바이러스 항암제와 병용으로 넘어가고 결국 바이러스 항암제들이 중심에 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