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게임 글로벌 등용문으로 떠오른 '스팀'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8.06.14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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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 설립없이 해외 직접 공략…배틀그라운드 신화로 성공 방정식 급부상

/그래픽=김다나 디자이너 기자/그래픽=김다나 디자이너 기자


1년 누적 판매량 4200만장. 환산 매출 약 1조3400억원. 펍지가 개발한 PC온라인 게임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가 세운 흥행기록이다. 그 성공 이면에는 미국의 유명 게임 개발사 밸브 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스팀’(steam)이라는 플랫폼이 있다. 스팀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PC 온라인 게임 시장판 구글 플레이라고 보면 된다. 스팀 리서치 회사 스팀스파이에 따르면 현재 스팀을 이용하는 국가 수는 총 254개. 최근 활동 사용자 수는 2330만명에 달한다. 게임사들이 글로벌 진출의 등용문으로 스팀을 주목하는 이유다.

◇리스크 적고 피드백은 확실…스팀의 매력은=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은 현지 게임 유통사(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거나 현지지사를 직접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같은 초기 투자 요소가 중소 게임사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스팀 플랫폼을 이용하면 해외 지사 설립이나 현지 퍼블리셔 계약 없이도 전세계 유저들에게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 매출 수수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를 현격히 낮출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강점은 대형사는 물론 중소 게임사들에게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높은 수수료(약 30% 이상)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적기 때문.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게임은 아예 처음부터 스팀 플랫폼을 겨냥해 출시된 사례다.



세계를 무대로 자신들의 게임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점도 스팀의 또다른 장점으로 꼽힌다. 스팀에서는 사전 유료체험판인 ‘얼리억세스’ 버전을 내놓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사가 게임 서비스를 업데이트한다. 일종의 글로벌 OBT(오픈베타테스트)가 가능하다. 스팀 얼리억세스 버전을 구입한 얼리 어답터들은 정식 제품 출시 후에도 동일한 가격에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등용문 ‘스팀’=스팀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게임사들의 글로벌 ‘등용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배틀그라운드다. 배틀그라운드은 지난해 3월 스팀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등록했으며, 같은 해 11월 정식 버전으로 출시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해외시장에 무려 4200만장 이상을 팔았다.



네오위즈도 최근 스팀 플랫폼에서 짭짤한 흥행성과를 냈다. 지난달 29일 MMORPG(대규모다중사용자역할수행게임) 게임 ‘블레스’를 스팀에 출시한 당일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펄어비스의 MMORPG ‘검은사막’ 역시 지난해 스팀을 통해 약 100만장 이상 판매됐다.

대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긴 마찬가지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도 지난 3월 NTP(넷마블투게더프레스) 행사에서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선언하며 스팀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채용해 글로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시도는 앞으로도 잇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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