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원유를 사려 줄을 서는 또 다른 이유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8.06.1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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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br>/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br>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까지 주간 중 미국의 원유수출은 하루평균 217만9000만배럴에 달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43만1000배럴 급증했습니다. 5월 중순에는 일평균 256만6000배럴을 수출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인프라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지만, 미국 원유수출이 위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평균 원유 수출량은 중동의 핵심 산유국인 쿠웨이트(270만배럴) 또는 아랍에미리트(UAE, 287만)의 총 산유량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EIA에 따르면 미국의 산유량은 일평균 1076만9000배럴로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월간 기록으로는 지난 3월 1047만배럴로 역시 사상 최대치였습니다. 한 달 사이에만 산유량이 일평균 21만5000배럴 늘어났습니다. 미국의 산유량은 사우디아라비아(1000만bpd)와 카타르 생산량(60만bpd)을 합한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br>/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br>


중국의 경우 지난 2월중 미국산 석유를 일평균 60만8000배럴 수입했습니다. 이 가운데 원유는 38만2000배럴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의 경우에는 석유류 총 81만4000배럴, 이중 원유를 44만8000배럴이나 가져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기록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6월 실적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최대의 정유회사인 시노펙 혼자서 6월중 1600만배럴, 일평균으로는 53만3000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사가기로 했습니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물량은 줄일 계획입니다.

한국과 인도 역시 6월중 각각 총 700만배럴 및 600만배럴 수입하기로 했답니다. 타이완은 6~7월 물량으로 700만배럴을 확보해 놓았습니다.


인프라만 충분했어도 미국은 이보다 훨씬 많은 원유를 수출했을 겁니다. 미국 원유가 워낙 저렴하니까요. 다른 큰 이유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공세입니다. 미국에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중국과 한국, 일본 등은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흑자를 줄여야 할 형편인데, 미국 석유를 대거 수입하면 마당 쓸고 돈 줍는 일석이조가 됩니다. 미국의 원유 수출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것은 우리에게도 아쉬운 점입니다. 사우디 같은 전통적 원유수출국들에게는 물론 달갑지 않은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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