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신무기·재래무기 가리지 않는다
예컨대 최근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무역확장(확대)법은 1962년 냉전시대 제정된 법이다. 당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입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 232조이다. 하지만 1995년 회원국들의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WTO 체제가 자리 잡은 후 사실상 사문화했다.
감세를 내세웠던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레이거노믹스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통상부문은 전혀 다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다자주의의 강력한 신봉자로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WTO체제를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다자간 무역 체제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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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취임 사흘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 다자간 합의를 흔든 뒤 교역대상국을 하나씩 1대1 승부로 불러내 각개 격파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무역 제재 대상은 중국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752억 달러(약 401조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세탁기, 태양광, 철강, 알루미늄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 1,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2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해소 방안을 요구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선을 EU(유럽연합)와 캐나다, 멕시코 등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독일을 겨냥해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도 시사했다.
미국의 오랜 안보 동맹이었던 이들 국가는 미국이 '국가 안보'를 빌미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관세폭탄을 무기로 삼아 동맹국들에 안보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에도 방위비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미국을 이용해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 만큼 방위비를 더 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