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77,600원 ▼400 -0.51%)는 주 단위 자율 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근무시간 관리에 직원 자율권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를 오는 7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효율적인 근무 문화를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수행 방법이나 근로시간 관리를 전적으로 직원에게 맡기는 일종의 성과주의 근무제다. 하루 최소 근무시간이나 주 단위 근무시간 제한이 없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과 사무직 직원 가운데 특정 전략과제를 수행하는 대상자를 별도 선정해 재량근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한화케미칼 (26,500원 ▲550 +2.12%)도 다음달부터 2주 8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야근을 하면 2주 안에 해당 시간만큼 단축근무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연근무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한달 동안 시범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한 뒤 오는 7월부터 정식 시행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 사이 30분 간격으로 출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와 현금처럼 사용하는 복지 포인트 제도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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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에선 한화첨단소재가 탄력근무제와 시차출퇴근제를 이미 시행 중이다. 한화큐셀은 지난 4월부터 노사합의에 따라 3조 3교대 주 56시간 근무제에서 4조 3교대 주 42시간 근무제로 전환하고 5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삼성과 한화 외에도 상당수 대기업이 올 들어 주 52시간 근무 시대 대비에 나선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공장 생산직을 대상으로 2013년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데 이어 올 들어 사무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달부터 본사 일부 조직에선 오전 10시~오후 4시 외에 나머지 시간은 여건에 맞춰 출퇴근하면서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SK그룹의 경우 SK텔레콤 (50,800원 ▼200 -0.39%)이 2주 단위로 총 80시간을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자율근무제를 도입했다. 첫 주에 50시간을 일하면 다음 주에 30시간만 일하는 방식이다.
LG전자 (92,400원 ▲900 +0.98%)는 지난 2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한꺼번에 도입했다. 사무직 직원은 주 40시간 근무를 전제로 하루 4~12시간을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 업무량이 달라지는 생산직의 경우 3개월 단위로 평균 주 52시간 근무를 맞추도록 했다.
LG디스플레이 (10,550원 ▲170 +1.64%)는 지난 2월부터 플렉시블 타임제를 도입, 출퇴근 시간을 오전 6시~오후 2시 사이에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도 주 40시간 조건에서 부서별 상황에 맞춰 사전 승인 후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재계에선 기업들의 자구책 도입이 고육지책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이 연구개발 환경이나 산업별 성수기에 관계없이 사실상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두고 고심이 크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도입하기로 한 재량근로제도 이런 고민 끝에 나온 해법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대 3개월까지 허용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선 주 52시간 근무가 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하지만 현장에선 일방통행식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추가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