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부동산P2P 경고등 켜지자 업권별로 '헤쳐모여'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8.05.30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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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투자훈련소 P2P]⑤개인신용 위주 P2P업체들 연이어 협회 탈퇴

편집자주 올초 가상통화를 향해 ‘가즈아’를 외쳤던 2030세대들이 최근 P2P(개인간거래)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격 급등락이 심한 가상통화와 달리 돈을 빌려주는 채권투자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데다 연 10%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2030세대에게 인기인 P2P 투자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 지난 24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문 P2P(개인간거래)업체인 헤라펀딩이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부도 처리됐다. 헤라펀딩은 2016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해 누적대출액 229억원의 중견 P2P업체로 발돋음했다. 특히 짧은 대출만기에도 수익률이 높아 P2P 투자자들 사이에서 ‘갓헤라’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투자자들의 돈을 갚지 못하고 135억원의 대출잔액을 남긴 채 부도를 냈다. 헤라펀딩이 판매한 대출상품 가운데 연체 중인 건설현장은 제주 애월읍, 경기 동두천과 평택 등 8곳이나 된다.

[MT리포트]부동산P2P 경고등 켜지자 업권별로 '헤쳐모여'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일부 부동산 P2P업체들이 부실 징후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4월 P2P업체 7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30~90일 연체)과 부실률(90일 이상 연체)은 각각 5.0%, 12.3%로 업계 평균 2.8%와 6.4%의 2배에 달했다. 향후 부동산 경기가 추가로 악화하면 부동산 PF 투자자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부동산 대출로 인해 P2P대출의 전반적인 연체율과 부실률이 올라가자 업계 내분도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 P2P업체들 탓에 업계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개인신용대출 전문 P2P업체들이 반기를 든 것. 이에 따라 최근 한달새 렌딧과 8퍼센트가 잇따라 P2P업계를 대변해온 한국P2P금융협회에서 탈퇴했다.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팝펀딩의 신현욱 대표는 지난 2월 한국P2P금융협회장으로 선출돼 활동하다 지난 24일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신 대표가 사의를 표명한 직후 팝펀딩도 협회에서 탈퇴했다. 렌딧과 8퍼센트, 팝펀딩은 29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P2P금융 자율규제가 강화된 새로운 협회를 위한 준비위원회(가칭)’를 발족한다고 발표했다.



준비위원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준 렌딧 대표는 “국내 P2P금융산업은 부동산 대출에 70% 이상의 회사가 집중돼 있어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에 풍선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며 “대출자와 투자자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율규제 강화를 원하는 회사들이 의견을 모아 새 협회 출범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출을 취급하지 않거나 취급해도 규모가 적은 P2P업체들은 부동산 전문 P2P업체들이 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PF나 후순위채 담보 등 기존 금융회사들이 꺼리는 고위험 부동산 대출을 다량 취급하며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65개 회원사의 누적대출액은 2조3929억원이며 이중 부동산 PF와 부동산 담보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의 62.5%인 1조4945억원에 달했다. 반면 신용대출은 3599억원으로 15%에 불과했다. 또 회원사 중 부동산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업체도 10곳이 안 된다.


한 P2P업체 관계자는 “2010년 부동산 PF 부실로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당국은 부동산 대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부동산 대출이 P2P업계 전반적인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2P대출이 부동산 대출에 치중할 경우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부실에 업권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P2P금융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P2P업체 한 곳당 투자할 수 있는 개인신용대출 한도는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린 반면 부동산 대출의 투자한도는 1000만원으로 유지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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