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29일 현대모비스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분할합병 안을 다뤄야 했다. 하지만 분할합병안 가결이 ‘불확실’해지면서 임시주총은 취소됐다.
많은 사람들이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다. 엘리엇이 보유한 지분은 1%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대다수의 주주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하지만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분할합병 비율 뿐만 아니라 구조도 문제가 됐다. 이익률이 가장 높은 모듈·AS사업부를 떼어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에 붙이는 구조에 물음표가 제기됐다. 일부는 이미 모듈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위아가 더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런 개편안을 갖고 나온 것은 앞서 말한 이해관계자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금산분리를 요구하는 국내 지주회사 체제를 피해야 했다. 막대한 세금을 내는 것도 정부입장에서는 반가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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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도 준비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차등의결권 주식’과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제도)’과 같은 경영권보호 제도가 없다. 1차적으로 잘못된 구조를 짠 회사에 문제가 있지만 국내 기업환경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는 없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과 규제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자동차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해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현대차가 처한 상황을 표현했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지배개조 개편 중단에서 의의를 찾자면 현대차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본 점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났다. 어쩌면 이런 합리적인 판단이 현대차그룹 변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