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경기 불확실성…한은, 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종합)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2018.05.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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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금통위 1.50% 기준금리 동결…이주열 총재 경기판단·소수의견 등장 여부 주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 17층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2018.5.24/사진=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 17층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2018.5.24/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6개월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다. 부진한 실물지표와 이를 근거로 등장한 '경기침체론'이 금리 인상 시점을 가늠하던 한은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한은은 24일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 수준에서 동결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된 이후 6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3명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을 예상한 답변은 7명 뿐이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추가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이달 초 이주열 총재도 금융불균형 누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3% 경제성장률'과 '2%대 물가상승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흐름을 두고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잇따라 발표된 실물지표가 부진했던 게 배경이다. 무엇보다도 고용 사정이 좋지 않다. 4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12만3000명으로,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산업생산도 전반적으로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 3월 전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2016년 1월(-1.2%) 이후 2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제조업평균가동률은 전월보다 1.8%포인트 하락했고 설비투자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밖으로도 아르헨티나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신흥국발 '6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신흥국 위기가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질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이에 무관할 수 없다.
높아진 경기 불확실성…한은, 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종합)
급기야 '경기 침체론'까지 불거졌다. 이에 한은은 서둘러 금리 인상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 연준이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은 한은이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데 있어 부담 요인이다. 그러나 경기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관련 지표의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이 총재도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시장의 관심은 향후 금리인상 시기다. 일각에선 최근 경기 지표 부진을 이유로 유력했던 '7월 인상설'을 접고 8월 또는 10월로 전망 시점을 옮겨가고 있지만, 이날 이 총재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한은과 정부의 올해 전망치인 성장률 3.0% 달성 가능 여부에 대한 이 총재의 견해에 관심이 쏠린다. 매년 1, 4, 7, 10월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은은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새로 내놓지는 않지만, 이 총재의 관련 언급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올해 3%대 성장 전망 수정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소수의견의 등장 여부도 지켜볼 만한 포인트다. 소수의견은 한은이 정책 방향을 바꾸기 전 내놓는 '시그널' 성격이 있어서다.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다면 시장은 '7월 인상설'을 기정사실화할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금통위에서 이일형 금통위원의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뒤 한 달 후 한은은 금리를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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