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개사 분할합병, 한 회계사가 가치 책정한건 문제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8.05.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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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재편안 무산에 합병비율 산정 관여한 삼일회계법인 책임론도…회계업계 "대형 고객사 영향력안에선 한계"

서울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서울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


현대차 (241,000원 ▼8,000 -3.21%)그룹 지배구조 재편작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기존 재편안을 만드는데 참여했던 회계법인에도 책임론이 불거졌다. 시장 반대의 주원인이었던 합병비율 산정에서 회계법인이 관여하는 점을 고려하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23일 회계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회계법인은 새 지배구조 구상과 회사 간 합병 비율 산정, 그에 따른 현대차그룹의 소모비용, 회계 관련 리스크 등을 시나리오별로 검토해 자문했다.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변경 목표와 전반적인 구조를 제시하면 회계법인은 이를 시행하기 위한 지배구조 아이디어와 필요 작업 등을 분석한다는 얘기다. 또 주주에게 회사의 합병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 역시 자문역할을 맡은 회계법인의 역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분할 후 합병을 시도했던 현대모비스 (226,000원 0.00%)현대글로비스 (183,300원 ▼1,100 -0.60%)의 사업부문별 가치와 그에 따른 합병비율 산정에 있어 회계법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합병 비율이 현대모비스에 불리하게 책정됐다"는 반대를 넘지 못하고 결국 무산된 만큼, 회계법인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두 개 이상 회사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 책정을 삼일PwC 한 곳에서 맡았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성장성이 포함된 회사의 사업부문별 가치평가 및 합병비율 산정은 주관적 요소가 개입할 수밖에 없어 복수 회계법인의 평가를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참여연대도 "기존 주주 입장에서 분할법인 가치를 독립적으로 산정하지 않았다"며 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회계업계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사업의 가치책정은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며 "주관이 개입하는 작업인 만큼 객관성 확보를 위해 복수 회계법인과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에서 의뢰한 범위 안에서 지배구조 재편안을 만드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면 임시 주주총회 무산 책임을 회계법인에 모두 물을 순 없다는 항변도 있다.

법으로 규정한 외부감사에서도 대형 고객사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회계업계의 현실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안 같은 일거리에선 결국 주주보단 고객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일하는 한 회계사는 "결국 회계법인의 자문범위와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고객사가 선택하는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범위 안에서 현대차 오너 일가 이익에 우선하는 논리를 내야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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