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짜리 스타트업이 만든 노키아폰의 부활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8.05.23 16:11
글자크기

노키아 라이선스 사들여 피처폰 신흥국 공략… 7000만대 판매

HMD글로벌이 1996년 출시했던 폰을 리뉴얼한 '노키아 8110'/사진=HMD글로벌HMD글로벌이 1996년 출시했던 폰을 리뉴얼한 '노키아 8110'/사진=HMD글로벌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지배자는 노키아였다. 1987년 첫 생산을 시작해 1998년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 1위 휴대폰 기업이 됐고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했다. 하지만 2007년 애플 아이폰 등장을 계기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노키아는 급격히 쇠락했다. 사실상 ‘유물’이 될 처지였다.

죽어가던 노키아폰을 되살린 건 2년짜리 핀란드 스타트업 HMD글로벌이다.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노키아폰 영업 부사장 출신인 플로리안 사이케가 대표를 맡아 노키아가 MS에 매각한 노키아폰 브랜드 라이선스를 다시 가져왔고 지난해 1월 노키아 이름을 달고 휴대폰 시장에 정식 진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시장 진출 1년 4개월 만에 노키아폰 판매량은 700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매출이 21억 달러(약 2조8천억원)로 중국 주요 스마트폰 기업 메이주(약 3조3천억원)와 비슷하다.

HMD글로벌 몸값도 치솟고 있다. 지난 21일 폭스콘 등으로부터 1억달러(약 1078억원)를 투자받으며 10억 달러(약 1조787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두 살짜리 스타트업이 31살 노키아폰을 부활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타깃이 분명했다. 아프리카·인도 등 신흥국 피처폰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피처폰이 니치 시장(틈새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HMD글로벌은 스타트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틈새를 파고들었다.

예를 들어 인도에 폭스콘과 협력해 현지 공장을 세웠고 현지 생산을 통해 '가성비 전략'을 폈다. 올해 3월 인도시장에서 출시한 5099루피(약 8만8000원) 짜리 노키아1은 샤오미의 홍미 시리즈보다 싸다. 높은 인지도의 제품이 낮은 가격을 택하자 인도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노키아폰은 2018년 1분기 인도 휴대폰 시장점유율 톱5에 들었다.

파트너사인 폭스콘 자체가 HMD의 또 하나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폭스콘은 주 고객사인 애플과 충돌을 피하면서도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으로 HMD글로벌과 손잡았다. 폭스콘이 노키아 피처폰의 생산·A/S를 책임지는데 화웨이와 샤오미 등 OEM을 맡고 있는 중국산 휴대폰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HMD글로벌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키아폰은 선진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성능만 앞세우는 스마트폰에 피로감을 느끼던 소비자들 사이에 '통화만 잘되면 오케이'라는 전략이 먹힌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2월 MWC에서 선보인 ‘노키아8110’은 1996년 출시됐던 폰에 4G 통신을 추가했다. 특히 검은색이었던 색상을 노란색으로 바꾸자 ‘바바나폰’으로 불리며 주목 받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냈다. 역시 가성비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중인데 올해 3월 출시한 2300위안(약 38만원)짜리 ‘노키아7 플러스’는 5분 만에 초도 물량이 매진되기도 했다.

미국 경제매체 쿼츠는 “노키아가 관료화의 늪에 빠져 몰락했다면 HMD글로벌은 스타트업다운 빠른 의사결정으로 시장의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피처폰이라는 틈새시장을 지배해 유니콘이 된 HMD글로벌이 스마트폰 주자가 될 수 있느냐가 진짜 노키아폰 부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