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불문 추경 심사 기간이 짧다는 하소연이 나왔지만 그 짧은 사이 예산 당국에 요청된 증액 규모는 1조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결산특별위(예결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후덕 의원은 "전체 93개 사업 중 야당이 90개 사업의 감액을 요구했고, 전액 삭감 주장도 41개나 됐다"며 "그러나 뒷편에선 예산 당국에 쥐어준 증액 요청 사항이 1조1000억원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SOC가 일자리 창출과 직접 연관이 없다며 감액 의견을 낸 의원도 있었지만 다수 여야 의원들은 지역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용액이 쌓인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러면 정부가 현장에서 예산이 빨리 집행되도록 해결하라"고 했다.
이 밖에도 각 지역에 혜택이 돌아가는 환경정비 등 희망근로 지원 사업 예산이 121억원 증가했으며 AR(증강현실) 체험존을 울산과 경남 고성에 짓는 예산은 국회에서 30억원이 새롭게 편성됐다. 각 지역 경로당 공기청정기 보급 예산은 314억원 증액됐다.
◇'졸속 심사' 두곤 책임론 공방=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지 46일 만에 처리됐지만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기간은 지난 16~17일 단 이틀에 그쳤다. 예결위의 조정 심사도 사흘에 불과했다. '쪽지 예산', '민원 예산' 관행이 이번 추경 심사에서도 되풀이된 가운데 여야는 졸속 심사의 책임을 상대에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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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선 여야 의원들 간에 추경 졸속 심사 책임 공방이 제기되자 조정식 위원장이 "국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가운데 여야가 (갑자기) 합의를 보면서 추경 심사 기일이 촉박하게 정해져 일정이 진행됐다"며 "사전에 충분히 의원들의 의견을 담아 예결위에 넘기지 못한 것은 위원장으로서 유감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정부안에 감액 요구가 많았던 야당 일각에선 지역 예산을 두고 볼멘 소리가 나왔다. 자신들의 지역이 추경에서 소외됐다는 것이다. 전북 정읍시고창군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번 추경 과정에서 군산과 전북은 정부·여당으로부터 기만을 당했다"며 "같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한쪽은 도움을 받고 한쪽은 외면을 당해야 하냐"고 말했다.
이처럼 졸속 심사 속에서도 구태 관행이 되풀이되자 국회 안에서도 자성론이 나왔다. 예결위에서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을 증액 요구했던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말도 안되는 정치적 공방에 밀려 여기까지 왔다"며 "(예산안을) 제대로 꼼꼼히 봐왔냐"고 동료 의원들에게 따져물었다. 윤 의원은 "민생이 걸린 예산을 두고 발목잡기식의 일부 야당 모습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 앞에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