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파출부' 취급 가사노동자 "근로자요? 좋죠"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8.05.16 15:30
글자크기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12> 사회서비스직, 정부정책 추진에 입장 엇갈려…웨딩플래너 "4대보험 원하지 않아"

편집자주 정부가 다음달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에게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는 것은 반갑지만 계약 상대방(고용주체)의 부담이 늘면서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천차만별로 다양한 특수고용직종별로 어떤 입장인지 취재했다.

/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가사도우미 A씨(68·여)는 14년 동안 이 일을 하다 지난해 말 결국 그만뒀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부쳤지만, 쉬는 날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업무 특성 탓에 지칠 때가 많았다. 비인격적 대우도 한몫했다. '파출부 그만두고 싶냐'는 멸시를 받은 적도 있다. A씨는 "일을 하는데도 법적인 근로자가 아니라 보호를 못 받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들도 '근로자'로 인정해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4대보험 등을 보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서비스직'들은 업계별로 찬반 입장이 갈린다. 격무와 비인격적 대우에 시달리는 가사노동자(가사·육아도우미·간병인) 업계는 반기는 반면, 수익성을 중시하는 웨딩플래너 업계 등은 꺼리는 분위기다.



15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특수고용직 규모는 지난해 6월 기준 48만명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년 기준 230만명이라 밝혔고, 노동계는 최소 25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조사기관에 따라 통계가 제각각이다.

이중 사회서비스직에 대한 통계도 불분명한데, 관련업계에서는 가사 노동자 규모를 30만~60만명으로 본다. 웨딩플래너도 전국적으로 통계가 잡혀 있지 않지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관련업체 숫자가 약 1300개다.



노동강도가 높은 가사노동자 업계는 정부가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에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고객이 '오늘부터 나오지 마세요' 하면 바로 잘리는 상황인데, 4대보험이 적용되면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받게 된다"며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면 정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재해 보장도 안돼 있으니까 재활용하다 미끄러져 다리라도 부러지면 적용 자체를 못 받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사노동자의 노동강도는 높은 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5년 '가사서비스노동자의 노동화경과 건강실태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간의 절반 이상을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한다'는 응답이 41.8%로 전체 노동자(29%)보다 12%포인트(p) 이상 높았다. '엄격한 마감시간에 쫓기며 일한다'는 응답도 가사노동자는 24.8%로 전체 노동자(21.8%)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가사노동자 B씨(41)는 "집안일을 하다 허리를 삐끗해서 다쳐도 자비로 다 치료했다"며 "왜 똑같이 일하는데 우리만 소외돼야 하느냐"고 말했다.

반면 웨딩플래너 업계의 분위기는 경력에 따라 다소 달랐다. 웨딩플래너 C씨는 "일정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 경력이 쌓일수록 버는 돈이 늘고 부가세 3.3%만 떼는 구조"라며 "신입 웨딩플래너들은 4대보험을 원하는데, 경력이 쌓일수록 수익을 중시해 별로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C씨는 "퇴사하거나 웨딩업체가 망하게 될 때 고용보험이 있으면 급여가 나오니 그런 보장은 좀 아쉽지만,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손에 쥐는 수익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덕 노무법인 유앤 대표는 "4대보험에 가입하면 돈을 내야 하니까 권리가 확대된다고 해도 달가워하는 입장만은 아닌 것 같다"며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특수고용직도 근로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