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스승'이란 단어 무게… "밤 늦게 경찰서 불려가요, 당연하게"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이 2013년 12월 전국 교사 50명을 대상으로 '교사로서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교사들은 직업적 페르소나(사회적 가면)와 책임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언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맥락 없는 학부모 민원이 들어와도 참고 견뎠다. 스승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치부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한 중학교 국어교사 A씨는 "학생들 때문에 밤 늦게 경찰서에 불려 가기도 하고, 갑자기 부모와 연락하는 일도 있다. 이런 업무가 당연시되다보니 담임을 맡는 게 부담되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당연히 스트레스도 일반 직장인들보다 높다. 마인드프리즘 조사 결과 교사들의 스트레스 평균점수는 '주의 단계'였다. 적절히 관리하지 않을 경우 의학적 경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계다.
◇"많은 걸 요구 마세요… 교사도 직업 중 하나"
이 때문에 교사들은 본인을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일종의 교육 서비스 제공자로서 대해달라고 요구한다. 즉 스승에게 드리워진 무거운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정말 급할 때 연락하라고 개인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는데, 퇴근 후 오는 카톡 세례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후회했다. 그는 "교사도 그냥 직업인데,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걸로 역할이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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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압감은 직업 만족도도 낮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만족도와 근무 환경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은 한국(20.1%)이 OECD 평균(9.5%)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았다. "다시 선택해도 교사가 되겠다"는 응답도 한국(63.4%)이 OECD 평균(77.5%)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교사들 스스로 부담감을 낮추라고 주문하는 한편 시민들도 교사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닐지 되돌아보길 주문했다.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스승으로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이에 적응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이 같은 의무에 부담감을 느끼고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를 분리하고 싶은 이들도 있다. 이런 이들은 교사로서 꼭 해야하는 의무만 다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줄여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마인드프리즘 관계자는 "교사 중 많은 수는 직업적 소명감 때문에 외부에 직업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토로하기가 힘들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쉽게 '사회적 존경 받는 직업이니까 당연히 무엇쯤은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할 수 있지만, 교사들은 그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곪아간다. 우리가 '스승'이라며 교사들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