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MLB산책] 류현진, 근육 찢어져 뼈에서 이탈.."좋았는데!"

스타뉴스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2018.05.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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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애리조나전서 2회말 사타구니부상을 입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있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3일 애리조나전서 2회말 사타구니부상을 입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있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LA 다저스)의 왼쪽 사타구니 근육부상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한국시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MRI 촬영 결과 류현진의 부상이 왼쪽 사타구니 근육이 찢어지면서 아예 뼈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통증이 상당한 가운데 최소한 몇 달은 뛸 수 없어 시즌 후반기에나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것은 수술은 필요 없다는 것이었지만 왼쪽 어깨 부상과 수술로 인해 거의 2년에 걸친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한 뒤 이제 막 본격적인 재기를 향한 힘찬 도약을 시작하던 류현진으로선 정말 악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류현진은 3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2회말 투구 도중 왼쪽 다리에 통증을 느껴 바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당시 그는 마운드 상에서 조금 불편해보이긴 했어도 부축을 받거나 하는 일 없이 스스로 걸어서 필드를 떠났기에 부상이 그렇게까지 심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근육 부상이라는 것이 아무리 경미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걸을 수 있다면 2~3주에서 길어야 한 달 정도 치료하면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부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룻밤이 지난 뒤 나온 소식은 그런 희망을 완전히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뼈에서 근육이 찢어져 떨어졌다”는 절로 몸서리가 처지는 로버츠 감독의 표현은 생각보다 부상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수술은 필요 없고 후반기에는 돌아올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정도의 부상이라면 사실 아무 것도 장담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부상에서 회복될 때까지 장기간의 공백 기간을 생각한다면 상처가 다 낫더라도 올해 초반기에 보였던 최고의 경기감각을 되찾는데 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어 이번 시즌에 확실하게 재기한 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빅딜을 노리겠다는 그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류현진 입장에서 아쉬움이 큰 것은 이번 시즌 출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팀의 5선발로 시작한 류현진은 첫 등판에서 애리조나를 상대로 3⅔이닝동안 5안타 5볼넷 3실점으로 부진, 우려를 안겼으나 이후 다음 4경기에선 정말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이 4경기 동안 그는 24⅔이닝동안 총 9안타만 내주고 4실점했고 3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중 마지막 경기에서 6회 2사 후 타구에 맞았지만 부상을 입지는 않은 상황에서 교체되는 바람에 아웃카운트 하나차로 4연속 퀄리티 스타트가 무산됐고 불펜이 승리마저 날려 4연승도 놓쳤지만 이 4경기에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1.46을 기록하며 3승을 기록했고 9이닝 당 11.7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그가 공을 뿌리는 모습에선 어깨부상의 어둔 기억을 찾아볼 수 없었고 마운드에서 그는 힘과 자신감, 여유가 넘쳐흘렀다. 심지어는 타석에서도 날카로운 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그는 마침내 오랜 세월동안 그를 덮었던 어두운 부상의 그늘에서 벗어나 FA를 앞두고 본격적인 도약으로 가는 듯 했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류현진. /AFPBBNews=뉴스1사타구니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류현진. /AFPBBNews=뉴스1
그런데 이 모든 밝은 기운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해 한순간에 다시 불확실과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현재로선 언제 복귀할지 점치기조차 힘든 시계 제로의 상황이 됐기에 현재로선 어떤 전망도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한시라도 빨리 건강을 회복해 필드에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편 류현진의 부상은 그 자신뿐 아니라 다저스에게도 엄청난 타격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전혀 커쇼답지 못한 출발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올스타로 뽑혔던 알렉스 우드도 지난해만큼 출발이 시원치 못하면서 류현진이 시즌 첫 한 달 간 사실상 팀 에이스 역할을 해 왔기에 그가 전열에서 장기간 이탈하는 것은 그 아픔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류현진은 이날까지 모든 다저스 선수들 가운데 WAR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미 저스틴 터너와 로건 포사이드, 코리 시거, 리치 힐, 야시엘 푸이그 등이 부상자명단(DL)에 올라있는 데다 성적도 이미 하위권으로 밀린 상황인 다저스 입장에서 류현진마저 아웃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이번 주 팀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인 유격수 시거가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돼 시즌 아웃된 데 이어 류현진이 장기 결장하게 되면서 연타를 얼굴에 얻어맞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시즌 개막전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다저스호는 이제 바퀴가 하나 둘 씩 빠져나가 그대로 좌초할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저스 선발진에서 류현진을 대신할 선수로는 톱 유망주인 대형 루키 워커 뷸러가 꼽히고 있다. 뷸러는 올 시즌 첫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무패, 평균자책점 1.80의 호성적을 기록 중인데 로버츠 감독도 “그(뷸러)가 가장 적임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뷸러는 올해가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뒤 2년째로 다저스는 그의 투구이닝을 관리할 계획을 갖고 있어 정기적으로 5일마다 마운드에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다저스는 앞으로 거의 시즌 내내 선발진을 계속 변칙적으로 운용해야 할 부담까지 떠안게 될 전망이다. 과연 다저스가 초반에 계속 밀어 닥치고 있는 악재들을 극복하고 다시 우승후보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번 주 찾아온 시거와 류현진의 부상 소식으로 인해 다저스는 초반에 일찌감치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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