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진우 부국장
하지만 그 때보다 상황이 훨씬 더 나쁩니다. 또다른 누군가의 아비, 어미, 아들, 딸, 삼촌들의 분노가 무섭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론도 여론이지만 한가족이라 여길만한 내부 직원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온통 회장님 가족 이야기 뿐입니다. 한진그룹 안팎의 제보와 여론, 사법당국의 움직임 등을 보면 또다른 가족 또는 본인이 직접 포토라인에 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역시 참담하고 두려우시겠지요.
당시에는 감히 3류 건달을 모델로 한 영화를 들이대 불쾌하셨으면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선뜻 죄송한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회장님 일가와 관련된 제보들을 모아보니 딱히 다를 것도 없어 보입니다. 대한항공의, 한진그룹의 일련의 대응과정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제대로 된 사과는 커녕 '오너의 집안 일'로 돌릴 수 밖에 없는 말못할 사정이 있겠지요.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라고 두목(?)에게 감히 말 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방증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가진게 무엇이겠습니까. 권력과 돈 아닐까요. 세간에선 대한이나 한국, 서울, 코리아 등을 이름에 쓴 기업이나 사람들로부터 일정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옵니다. 사명에 들어간 '대한'이란 단어에 담긴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는 거지요. 자랑스러워야 할 이름에 큰 상처를 준겁니다. 내려 놓는 권력과 돈의 일부를 '권력과 돈의 갑질'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데 활용하자고 하면 비아냥으로 들리실까요.
암튼 더 늦기 전에 이땅의 많은 상처 받은 '대한이'와 '한국이'의 자존감을 다시 높여주세요. 실감하고 계시겠지만 비밀이 없는 세상입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하셔도, 어떤 트릭을 쓰셔도 안됩니다. 회장님의 마음이 있는 그대로 느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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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수년전 암 투병 끝에 운명을 달리하신 대한항공 홍보임원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비록 퇴직 직후에 병을 발견하셨지만 오랫동안 회장님 일가를 지근거리에서 모셨을 때의 마음고생을 짐작하려니 마음이 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