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나뭇잎 뚝 떨어지는 이유 찾았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8.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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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DGIST 연구진, 식물 탈리 현상 조절하는 ‘리그닌’ 역할 규명

꽃잎이 떨어지는 탈리현상에 관한 세포 수준에서의 메커니즘/자료=IBS꽃잎이 떨어지는 탈리현상에 관한 세포 수준에서의 메커니즘/자료=IBS


사람들은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 떨어진 꽃잎을 보며 감상에 젖곤 한다. 때가 되면 알아서 뚝 떨어지는 꽃잎과 나뭇잎, 이 모습에서 우리는 한편으로 ‘어떻게 저렇게 되지?’라는 궁금증을 갖기 마련이다. 꽃잎과 나뭇잎이 적당한 시기가 되면 정확한 위치에서 떨어지는 현상은 어떤 원리에 의해 이뤄질까. 이를 최초로 규명한 국내연구진의 논문이 국제학술지 ‘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4일 이유리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연구위원과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식물 발달과 노화 과정 중 ‘리그닌’이라는 물질이 생성돼 꽃잎과 나뭇잎이 떨어져야 할 정확한 위치에서 잎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리그닌은 식물의 목질부를 구성하는 고분자 화합물이다.



연구진은 애기장대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식물의 탈리가 일어나는 경계에서 이웃하는 두 세포, 즉 식물에서 떨어져 나가는 ‘이탈세포’, 꽃잎이 떨어지고 식물 본체에 남는 ‘잔존세포’ 중 이탈세포에서만 리그닌이 형성돼 꽃잎을 식물의 본체로부터 정확한 위치에서 떨어지게 하는 울타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했다.

탈리는 낙엽, 낙과, 그리고 꽃잎이나 씨앗이 떨어지는 것과 같이 식물 기관이 식물 본체로부터 분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리그닌의 울타리 역할 덕분에 식물은 탈리가 일어나야 할 정확한 위치에서 잎이 분리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잔존세포와 이탈세포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며, 식물의 본체와 꽃잎의 정확한 탈리를 위해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 협업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또 세포 사이를 분리시키는 세포벽 분해효소가 꽃잎이 탈리되는 경계선에만 밀집되도록 하여 주변 세포들로 퍼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규명했다.

탈리가 이뤄지는 동안 잔존세포는 표피세포로 바뀌는 분화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꽃잎이 떨어진 단면에 큐티클 층을 만들어 새롭게 노출된 표면을 외부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해 생존력을 높였다.

(왼쪽부터)이유리 기초과학연구원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연구위원,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사진=IBS(왼쪽부터)이유리 기초과학연구원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연구위원,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사진=IBS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발견한 리그닌의 역할과 탈리 메커니즘을 응용해 탈리 현상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화합물을 찾는 후속 연구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탈리 현상을 조절하면 낙과로 잃어버리는 식량 작물의 손실을 줄이거나 잎의 탈리를 조절해 수확량을 늘리는 등 식량 생산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그닌이 이탈세포에서 형성되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조직을 정확히 이탈시켜 식물의 생존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며 “작물의 꽃과 종자, 과일이 떨어지는 것을 조절해 수확량을 늘리면 식량 생산 증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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