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분양실패에 경쟁자까지… 부동산신탁업 '적신호'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8.05.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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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신탁 ‘코아루’ 아파트 미분양 속출…신용평가사들 업계 부정적 전망

잇단 분양실패에 경쟁자까지… 부동산신탁업 '적신호'


지난해 국내 주택부문 경기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부동산신탁업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방 부동산경기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신규 일감도 줄어 수익성이 악화할 위기에 놓여서다. 정부의 신탁사 신규 인가, 대형 건설사의 시장진입 등으로 수주경쟁도 한층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청약을 접수한 73개 아파트단지(민간분양 기준) 중 부동산 신탁사가 시행한 곳은 19개 단지며 이 가운데 11곳이 청약미달로 나타났다.
 
국내 1위 신탁사 한국토지신탁이 자체 아파트 브랜드 ‘코아루’를 앞세워 분양한 서대전, 연천, 태안, 강진, 서귀포 5개 사업장은 모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연천은 307가구 모집 중 1순위 청약자가 1건도 없었고 강진도 194가구 분양모집에 1순위 청약접수가 3건에 그쳤다. 한국토지신탁이 지난해 분양한 포천·이천·청주·서천·동해사업장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했다.
 
코아루 브랜드는 중소건설사가 부지를 확보해 한국토지신탁에 개발신탁을 요청하면 추가 수수료를 받고 사용이 허가된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지방 건설경기 악화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3년간 주요 부동산신탁사들은 자체신용으로 자금을 차입, 신탁받은 토지를 개발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수익을 올렸다. 수수료율이 5%대로 높고 신탁사가 일부 공사대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크다. 이른바 ‘고위험·고수익’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 호황기에는 수익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침체기에는 시행사와 비슷한 사업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정부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신탁사업에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차입형 개발신탁의 명과 암’ 보고서에서 “차입형 신탁개발 비중이 높은 신탁사를 중심으로 부동산경기 저하로 인해 앞으로 영업실적이 악화하고, 재무부담 확대로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일부 신탁사가 적극 공략한 ‘신탁방식 재건축’도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사업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
 
담보·분양관리 등 위험성이 낮은 비차입형 신탁시장도 여건이 좋지 않다. 정부가 올해 신규 부동산신탁회사 추가 인가를 예고해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금융사가 시장에 새로 진입하면 그동안 비차입형 사업에 집중한 중소신탁사들이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수·합병을 통한 신탁업계의 지각변동도 예고됐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주택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산업개발은 생보부동산신탁 인수전에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현대산업개발이 생보부동산신탁의 새주인이 되면 자금력을 바탕으로 재건축·재개발관련 신탁사업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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