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헌 넥슨 대표 "다양성 DNA 앞세워 글로벌 IP 만들 것"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8.04.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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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경쟁사 쫓는 게임 개발 지양…블록체인·AI 활용 더 즐거운 게임 제작"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25일 진행된 '미디어 토크' 행사에서 향후 넥슨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넥슨코리아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25일 진행된 '미디어 토크' 행사에서 향후 넥슨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넥슨코리아


"제 임기가 끝날 때 매출은 10분의 1토막이 나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의 매출을 쫓기보단 넥슨의 DNA를 지키며 장기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넥슨코리아의 새 수장으로 발탁된 이정헌 신임 대표이사가 25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18'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미디어토크에서 신규 글로벌 IP(지식재산권) 발굴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지난 1월 취임한 이 대표는 단기적인 숫자와 성장성에 급급하기보단, 게임의 본질에 집중해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일군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야생의 땅: 듀랑고'가 돈을 못번다는 우려가 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0년 전 모든 아이가 좋아했던 캐릭터 다오와 배찌처럼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먹힐 수 있는 IP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게임 본질에 집중…게임 맏형 역할 지속=이 대표는 재임 기간 동안 게임의 본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 사랑받는 회사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가 강조한 게임의 본질은 즐거움. 사람들에게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그 첫번째 단추는 과도한 과금체계를 없애는 것이다.



한때 돈과 넥슨을 합쳐 '돈슨'이라고도 불렸던 넥슨은 최근 몇년 간 과도한 과금을 없애고 독창성 있는 게임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다져왔다. '야생의 땅: 듀랑고'와 착한게임으로 화제를 모은 '애프터디앤드' 등 이다. 이 신임대표는 부사장시절 '지스타 2014'에서 '돈슨의 역습'이라는 주제로 직접 발표를 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온 인물. 재임기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며 게임 본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게임 회사들이 지금의 비즈니스모델로 천년만년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좋은 게임 더 사랑받는 IP를 만들어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에서 서비스를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트렌드를 쫓거나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게임 출시를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넥슨의 다양성 DNA를 지키고 게임업계 맏형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것. 이를 위해 최근 회사를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하기도 했다. 게임 개발 초기 단계의 경우 외부 의견에 따라 프로젝트가 좌우되기도 하는 만큼 최대한 개발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넥슨은 기존의 흥행공식을 깨는 '이블팩토리', '로드러너원' 등의 게임을 출시해 게임 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개발력을 가진 중소규모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업계간 기술과 노하우 교류를 위한 NDC도 10년 째 진행하고 있다. 지난 24일 시작해 26일까지 이어지는 NDC는 넥슨을 비롯해 엔씨소프트, 텐센트 등 국내외 주요 게임 개발사 실무진이 직접 나와 경험담과 노하우를 나누는 무료 행사다.

이 대표는 "세상에 없던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을 주로 만나고 있다"며 "큰 규모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겠지만 특색있는 인디게임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와 상생,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부터 AI까지…신기술 개발 접목=이 대표는 신기술 개발과 이를 접목한 게임 발전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넥슨의 미래를 위해 주력으로 키우는 분야는 블록체인과 AI(인공지능)다. 넥슨은 강대헌 부사장을 중심으로 인텔리전스랩스를 운영 중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더욱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게임상에서 플레이어 마다 다른 직업군에 대한 선호도나 콘텐츠를 AI로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게임은 물론 IT업계 전반에서 주목 받고 있는 신기술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 확보도 진행한다. 넥슨은 앞서 지주사인 NXC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 코빗을 인수한 데 이어 유럽에서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비트스탬프 인수를 타진하는 등 관련 사업 투자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AI기술 R&D(연구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조직으로 더욱 즐거운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블록체인의 경우 넥슨 차원에서 가상통화 사업을 펼칠 계획은 없지만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에 대해서 각 개발팀이 치열하게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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