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뜬다하면 24시간내 5조원 돈뭉치...전세계 기업 동시 흔들기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04.2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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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행동주의' 전략 강화하는 엘리엇…올해 유럽에서만 7개 기업·현대차 등에 "경영구조 바꿔라" 압박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인 폴 싱어. /사진=블룸버그.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인 폴 싱어. /사진=블룸버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요구하고 나선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기업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올 들어 행동주의 성향을 더욱 강화해 유럽에서만 7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나섰다.



엘리엇은 지난 20일 영국 부동산 회사 해머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에도 영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포커스의 지분 5.1%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엘리엇이 이를 기반으로 경영권 개입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월에는 통신회사 '텔레콤 이탈리아'의 오너경영 체제를 지적하며 경영진 6명을 내보내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엘리엇은 특정 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뒤 주요주주임을 밝히고 회사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며 압박하는 방식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요구사항은 주로 회사 경영자를 바꾸거나, 경영구조 재편을 통한 배당 확대 등이다.



올해 엘리엇은 실제 요구사항을 얻어내기도 했다. 지난 16일 엘리엇은 호텔과 카페 등을 운영하는 영국의 위트브레트 지분 6%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뒤 또 다른 헤지펀드와 연합해 지분 총 10%를 확보해 이 회사의 커피사업 자회사인 코스타를 분할할 것을 요구했다. 일주일 후 위트브레드는 회사를 분할하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지난 13일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고 순이익의 40~50%를 배당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포천지에 따르면 엘리엇이 이렇게 전 방위로 기업 흔들기에 나선 것은 2016년 무렵부터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많아지고 헤지펀드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년간 엘리엇이 행동주의 캠페인으로 흔들기에 나선 회사는 50여 곳이 넘는다. 이중 지난해에만 40%에 가까운 19개 기업이 타깃이 됐다. 활동하는 나라도 12개국이 넘는다.

엘리엇은 전 세계 기업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지만 투자자에겐 최고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엘리엇이 자금 모집에 나서자 단 23시간 만에 50억달러(약 5조4000억원)의 뭉칫돈이 몰리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가정 했을 때 엘리엇이 157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면 헤지펀드 평균수익은 34만달러에 머물렀다. 업계 평균 수익률의 5배를 벌어다주니 투자금이 엘리엇에 쏠리고 있다. 실탄이 두둑해진 엘리엇은 더 공격적으로 기업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엘리엇의 자산은 390억달러(약 42조원)로 지난 5년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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