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재편 열쇠, 삼성물산에 넘어가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신아름 기자 2018.04.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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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제일기획·한화종합화학·서초사옥 매각 등으로 현금확보 눈길

삼성 지배구조 재편 열쇠, 삼성물산에 넘어가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해 삼성물산 (150,100원 ▲100 +0.07%)에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자 관건은 ‘금융산업 분리’ 문제, 즉 삼성생명 (87,500원 ▼1,100 -1.24%)이 보유한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 지분처리 방안이다. 여러 시나리오가 있으나 삼성물산을 배제하고는 어떤 논의도 진행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삼성생명 보유한 삼성전자 팔아라" 거세지는 압박=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와 전동휠체어 보험지원을 위한 협약식' 후 기자들에게 "삼성전자 지분매각과 관련해 삼성생명 스스로 자발적으로, 단계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도 삼성생명이 자발적·단계적 개선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은 오랫동안 삼성 지배구조 재편의 화두가 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다.

지난 연말 기준 생명과 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각각 8.23%, 1.44%로 국민연금(9.58%)를 제외한 단일 주주 중 최대다. 삼성의 방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삼성물산이 이들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증권가는 본다.



삼성물산은 다른 계열사에 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말 기준 17.08%),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47%),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5.47%) 등 오너 일가 지분이 많다.

삼성물산이 최근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제일기획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한 것 외에도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한화종합화학 지분(20%, 1조3000~1조5000억원 추산)과 서초동 사옥(장부가 5600억원)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삼성물산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 지분이 많다.


◇삼성물산, 지배구조 최상단…삼성전자 지분확대 중요=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그룹 지배구조상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수자금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인적분할 등 후속 구조개편 과정에서 지분율 레버리지까지 감안하면 전자지분 추가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삼성물산이 단기간에 삼성전자 주식매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가 회사자산의 50%를 초과할시 지주사로 강제 전환 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자산총계(연결)가 49조원이니 삼성전자 주식이 24조원을 넘으면 안된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이미 삼성전자 주식(4.06%, 597만6362주) 15조5086억원(23일 종가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생명 보유주식(28조7773억원)까지 더해지면 44조원이 넘어 지주회사 전환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에 올라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면 20%까지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며 "규제가 강화되면 30% 이상 지분을 추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 순차적 지분매각, 혹은 계열사 공동인수 거론=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대량매입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매년 금산분리 원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삼성물산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물산 외 다른 제조업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함께 매입해 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밖에 삼성생명 보유주식을 국내외 사모펀드(PEF)에 일시에 매각하는 방안도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매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이뤄지기 때문에 삼성생명 보유지분율이 계속 늘 수 밖에 없다"며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삼성물산 상황은 여의치 않은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년간 총 4회에 걸쳐 보통주 330만2000주, 우선주 82만6000주를 매입해 소각 완료했다, 금액으로는 총 9조2000억원이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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