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문제는 '검증'…사찰 대상·수위 등 쟁점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8.04.2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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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8남북정상회담]비핵화2-② 北 미신고시설 사찰 수용할까

풍계리 핵시험장 서쪽 갱도 지역(사진하단)의 모습. (디지털글로브/38노스) /사진=뉴스1풍계리 핵시험장 서쪽 갱도 지역(사진하단)의 모습. (디지털글로브/38노스) /사진=뉴스1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면서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북한의 이번 발표가 '핵보유국 선언'이란 부정적 평가도 나오는 상황에서 비핵화 로드맵이 타결되더라도 이것의 이행은 지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특히 북핵 신고·검증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 간 수차례의 합의가 파기된 결정적인 요인은 '검증'에 있었다. 2005년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봉인하기로 했으나 검증 수위를 놓고 미국 측이 강제사찰을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2008년 검증 의정서 채택을 둘러싼 갈등으로 6자회담이 결렬됐다.



제1차 북핵위기도 검증 문제로 발발했다. 북한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면안전조치협정(CSA)에 서명하고 플루토늄 양을 신고했으나 IAEA는 1993년 이에 의문을 제기하며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을 요구했다. 결국 북한은 그래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최근 IAEA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수주일 내로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AEA는 북한이 2009년 4월 북한의 핵 시설을 사찰하는 요원들을 추방한 이후에도 북한 핵시설 사찰 복귀에 대비한 훈련과 교육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IAEA가 북한이 신고한 핵시설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을 넘어 미신고 대상에 대한 사찰 권한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북핵 시설은 우크라이나와 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과거 핵보유국의 규모보다 방대해 IAEA의 검증과 사찰 기간이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영변 핵시설에 확인된 건물만 390개 가량이다. 리비아는 검증에 10개월 미만이 걸렸는데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사례로 꼽힌다.

북한 핵 사찰에 들어갈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IAEA의 이란 핵 사찰에는 1000만달러(약 106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사찰 비용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분담하게 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검증 대상엔 핵실험장뿐 아니라 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도 포함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로켓도 검증 대상이다. 북한의 핵 기술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는 남는다. 구소련의 핵 기술자들이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으로 흩어져 핵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IAEA(국제원자력기구) 고위급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테로 바리오란타 IAEA 안전조치 사무차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IAEA(국제원자력기구) 고위급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테로 바리오란타 IAEA 안전조치 사무차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북한의 핵 검증과 병행해 진행될 북미관계 정상화도 북한 비핵화 이행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다.


북한과 미국은 1994년 제네바에서 합의한 기본합의문에서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와 연락사무소 설치, 상황 진전에 따른 대사급 관계로의 격상 등을 합의한 이래 2000년 북미 공동코뮤니케 등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합의 파기로 북미관계 정상화는 번번히 무위로 돌아갔다.

때론 북미수교 지연이 양국 간 불신으로 이어져 합의 파기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제네바합의에서 3개월 내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 개설이 명시됐으나 이후 중간선거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여소야대 국면에 처하면서 의회의 반대로 북미정상화 합의가 지켜지지 못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폐기 대가로 북미수교를 하고 싶어도 미 의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며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를 해제하는 것도 미 의회의 승인이 필수적이어서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비핵화 이행에 나서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북미 수교는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예정된 수순"이라며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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