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한 최휘영 前 NHN 대표 "해외여행 디지털 비서로 승부"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8.04.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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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형포털 전문 경영인→스타트업 창업으로 제2의 도전…"여행자에 의한, 여행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목표"

최휘영 트리플 대표/사진=트리플최휘영 트리플 대표/사진=트리플


# 벼르고 별러 혼자 떠난 해외여행. 여행 가이드 책 하나 믿고 별점 5개 ‘맛집’을 찾았다 낭패를 봤다. 1시간을 헤매 겨우 도착한 식당 문이 이미 닫혔던 것. 날은 어둡고 배는 고프고 짧은 영어에 행인에게 인근 식당을 물어볼 배짱도 없다. 이때 누군가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분위기 좋은 뒷골목 식당을 콕 집어 알려 준다면.

‘트리플(triple)’은 해외 여행자들의 이같은 고민에서 출발한 해외 여행 가이드 앱(애플리케이션)이다. 해외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필수템’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앱을 내놓은 인물 역시 예사롭지 않다. 트리플은 최휘영(54) 전 NHN(현 네이버) CEO가 창업한 스타트업의 간판 서비스다. 그가 직접 기획한 창업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는 네이버의 고속 성장기를 이끈 주역 중 한명이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NHN 대표, 이후 4년간 NHN에서 분할된 NHN비즈니스플랫폼 대표를 맡았다. 당시 다음커뮤니이션(현 카카오), 야후, 라이코스 등에 밀려 업계 4위에 그쳤던 네이버는 최 대표 합류 후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 파격적인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압도적 1위 인터넷 검색 사업자로 자리를 굳혔다.

최 대표가 모바일 여행 플랫폼 전문 스타트업 창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건 지난 2016년 1월이다. “네이버를 떠난 후 재충전을 위해 1년 남짓 세계각지를 돌며 여행을 많이 했어요. 낯선 환경에서 오히려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고 스마트폰이라는 좋은 기기가 있는데도 제대로 된 여행 앱이 없는 거예요. PC 서비스를 그대로 옮겨오거나 호텔·여행상품을 나열해 파는 데 불과했죠.”



당시 여행자인 최 대표의 눈에 콕콕 들어왔던 불편사항들이 그의 비즈니스 근성을 자극했다. 마침 국내 대형 여행사에서 사외이사를 하며 여행 산업을 공부할 기회도 생겼다. 최 대표는 “국내 여행 관련 회사들은 산업을 IT로 접근하는 역량이 약했고,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여행 앱들은 미국식 서비스를 번역만 해서 한국에 그대로 풀어낸 느낌”이라며 “여행은 문화적 정서적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믿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와 뜻을 같이 하며 ‘창업 여행’을 함께 할 동료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모두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기획·서비스 능력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네이버 시절 함께 일했던 김연정씨가 공동대표로 의기투합했다. 현재 트리플 직원 수는 40여명까지 늘었다.

트리플은 위치정보 뿐 아니라 계절과 날씨, 시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관광지와 맛집, 놀거리, 쇼핑 리스트 등 여행객 각자에게 최적화된 관련 정보를 실시간 제공한다. 호텔 예약과 포켓 와이파이, 액티비티, 교통패스 등 각종 여행 상품을 예약하거나 구매할 수도 있다. 현재 일본 주요 도시와 동남아시아, 유럽, 미주 포함 전세계 70여개 도시에 서비스 중이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고난도 기술이 적용됐다. 최 대표는 “여행지에서 아침에 예상치 못하게 비가 온다면, 근처에서 즐길거리 등 상황에 따라 트리플이 끊임없이 추천하고 권해준다”며 “책, 블로그, SNS 후기 등 모든 여행 관련 정보를 끌어와 빅데이터화했고 여행자가 100명이라면 그들이 보는 화면이 여행자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트리플은 서비스 시작 8개월인 지난달 120만 다운로드, 98만 가입자를 기록했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여행객들이 남긴 맛집·명소 등에 대한 후기는 트리플의 막강한 데이터 자산이다. 현재 누적 후기가 9만여건에 달한다. 최 대표는 “외부 플랫폼을 활용해 우리가 확보한 여행 정보에 실제 여행객들의 리뷰가 더해져서 정교하고 고도화된 서비스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트리플 서비스 화면/트리플 서비스 화면
최 대표는 이용자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보상 프로그램을 트리플에 적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에 ‘지식인’을 통해 이용자들의 살아있는 정보를 끌어들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여행지는 방금 떠난 사람과 여기를 올까 말까 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정보가 모이는 곳”이라며 “내가 왔다간 뒤 오는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경우 활동지수별로 포인트를 주고 호텔예약 등 여행 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순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항공사, 여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의 제휴도 대폭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방형 여행 정보 생태계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야심이다.

대형 인터넷 포털 전문 경영인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제2의 인생도전에 나선 최 대표의 각오는 남다르다. 해외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에 개인 맞춤형 디지털 여행 컨시어지(안내자)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 최 대표는 “네이버 경영자 시절에는 이미 회사가 기반을 갖추고 있었지만 지금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고 가치를 부여하면서 얻는 성취감이 있다”며 “여행이라는 주제 아래 신기술이 가능케 하는 모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트리플을 최고의 종합여행플랫폼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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