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애들만 걸리는 병 아닙니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8.04.1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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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대부분 ADHD 몰라…치료 늦으면 우울증·불안증 이어지기도

/사진= 이미지투데이/사진= 이미지투데이


평소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한 기분이 반복되는 사람들이 있다. 운전대만 잡으면 금새 난폭해지기도 한다. 흔히 우울증이나 분노조절 장애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의심되는 것이 있다. 바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후군'(ADHD)다.

◇아이들만의 질환? 성인도 위험해= ADHD는 더 이상 낯선 질환이 아니다. 신경정신 질환의 일종인 ADHD는 지속적인 주의력 부족·산만하고 과다한 활동 및 충동성을 자주 보이는 장애로 아동·청소년 사이에서 자주 발견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5~14세 사이의 소아 10명 중 1명은 ADHD를 앓는다.



통상 ADHD가 단순히 저연령층에게서 발견되다보니 해당 장애가 아동·청소년의 전유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ADHD는 성인들도 적지 않게 앓고 있고, 심지어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DHD는 청소년기에 앓고 있는 경우에 상당수가 성인이 될때까지 이어지기도 하지만 성인이 된 뒤 발현되기도 한다. 성인 ADHD의 유병률은 약 5%로 국내 성인 ADHD 환자는 약 8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나 심각성은 낮은 편이다. 대한소아청소년의학회 '성인ADHD 질환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소아의 ADHD 치료율은 약 22%인 데 반해 성인 ADHD 실제 치료율은 0.76%에 불과하다.

심지어 성인 10명 중 6명은 성인 ADHD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보통 성인은 유아·청소년보다 충동적이거나 산만한 행동을 덜 하기 때문에 ADHD는 아이들에게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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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충동성 강해져= 성인들에게서 나타나는 ADHD는 일반적인 유아·청소년 ADHD 증상과 차이가 있다. 저연령층에서 나타나는 ADHD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이, 성인은 부주의 증상과 충동성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성인 ADHD를 앓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시간 관리가 되지 않아 약속을 잊는 등 잦은 실수나 지각을 할 때가 많다. 업무의 우선 순위를 파악하는 것을 헤매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충동성도 큰 문제다. 2014년 중앙대학교 의료진이 발표한 '성인 남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에서인터넷 중독 성향에 관여하는 특성'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들은 중독성 질환에 취약해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 중독, 약물 남용 등 사회적 중독에 취약하다.

강한 충동성과 난폭성을 보이기도 한다. 충동적이고 감정기복이 심해 쉽게 짜증을 내다보니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운전을 하기 쉽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ADHD 전문가인 캐서린 맥도날드 박사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DHD 증상을 보이는 초보운전자일수록 운전 습관 점수가 낮았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ADHD의 이 같은 증상은 진단이 까다롭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니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울증·불안증 등의 정신 질환이나 높은 충동성에 의한 난폭한 행동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문제라고 인식해서도 안된다. ADHD가 항상 사회부적응이나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 사회적인 기준에서 이들의 행동이 이상해 보일 수는 있지만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고 열정이 있는 일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기도 한다. '수영황제'로 불리는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이자 세계 최고의 거부인 빌 게이츠, 방송인 노홍철과 박명수 등은 ADHD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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