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에 따르면 귀신에게 제사하고 손님을 접대하는 데 1년간 잡은 소가 수천 마리에 이르렀다. 영조 51년(1775)에 명절에 도축한 소만 2만에서 3만 마리에 이른다는 기록도 있다.
농업 중심의 조선시대는 소의 수가 국력을 상징했다. 국가와 백성은 소를 기르는 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소는 조선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셈.
소고기를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은 성균관 유생들이었다. 공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소고기로 달래라며 나라에서도 특별히 신경썼다. 서울 도성 내 유일하게 소 도축을 허가한 장소도 성균관이었다. 유생에게 제공하고 남은 소고기는 현방이라는 소고기 판매시장을 통해 일반인에게 판매됐다. 판매 금액은 다시 유생의 뒷바라지 자금으로 쓰였다.
저자는 “나라에서 수시로 우금령(牛禁令)을 내려 소 도살을 엄격히 단속했음에도 조선 사람들의 소고기 사랑은 그칠 줄 몰랐다”며 “소 번식을 위한 조선의 갖은 노력과 소고기를 향한 탐식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김동진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64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