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협상할 수 있다는데…"대화 상대가 없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8.04.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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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무역전쟁 '일촉즉발'…대화 여지 남겼지만 美 강경파뿐 中 대화상대 찾기 어려워

류허 중국 부총리/AFPBBNews=뉴스1류허 중국 부총리/AFPBBNews=뉴스1


세계 양강(G2)인 미국과 중국이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의 무역전쟁을 예고했다. 각각 상대방의 수출 물량 500억달러어치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강력한 엄포와 동시에 협상 여지도 배제하지 않았다. 중국이 좀 더 적극적이다. 국익에 해가 되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면서도 전부터 대화 가능성을 강조해왔다. 중국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왕치산 부주석과 류허 부총리가 대미 협상 대표로 부상했다.



문제는 이들이 대화 상대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미국의 협상 의지도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미중 협상 척후병으로 세운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경제 책사다. 시 주석의 오른팔인 왕 부주석의 든든한 지지를 받는다.



미중 관리들에 따르면 류 부총리는 지난해 개리 콘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대미 무역협상 상대로 삼았다. 백악관 역학 구도가 바뀌기 전 일이다. 콘은 최근 백악관을 떠났고 로스 장관도 영향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 사이 백악관 통상정책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같은 매파(강경파)들이 주도하게 됐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AFPBBNews=뉴스1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AFPBBNews=뉴스1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일본에 대한 무역제재를 시작으로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나바로 국장도 대중 강경파다. 미국 경제가 중국에 의해 몰락하고 있다는 내용의 '데스 바이 차이나'Death by China·국내 번역본 제목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라는 저서로 유명하다.

류 부총리는 최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주로 소통했다고 한다. 중국 관리들 사이에서 므누신 장관은 온건한 국제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콘 전 위원장과 같은 골드만삭스 출신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영향력인데 미국 통상정책에 대한 므누신 장관의 입김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에 비해 점점 약해지고 있다.


미중 대화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번 관세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며 "그는 중국의 누구와도 대화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FT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나바로 국장이 시 주석의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미국 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폭탄관세 표적으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제품을 정조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바로 국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미래 산업에 대한 전쟁에서 승리하려 한다"며 중국이 우리 기술을 훔쳐 높은 수준의 기술을 장악하면 경제와 국가안보 면에서 미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오는 8일 중국 하이난에서 개막하는 보아오포럼에서 새 개혁개방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지만 미국 강경파들의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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