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펀드 vs 소액주주 대변…두 얼굴의 엘리엇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8.04.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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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어 현대차그룹 공격나선 엘리엇매니지먼트…350억달러 자산 운용

엘리엇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 Corporation, 이하 엘리엇)는 4일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에 미화 10억달러(약 1조500억원) 이상의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로서 기업경영구조 개선 및 자본관리 최적화를 위해 보다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엘리엇의 현대차그룹 지분 보유 소식이 전해지자 증시에서 현대차 (249,500원 ▼500 -0.20%)·기아차 (118,200원 ▲1,600 +1.37%)·현대모비스 (240,500원 ▼3,500 -1.43%) 등 현대차 관련주가 일제히 2~4% 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엘리엇은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폴 엘리엇 싱어 회장이 1977년 설립한 헤지펀드다. 엘리엇은 현재 다중 투자전략 펀드를 통해 350억달러(약 37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제동을 걸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약 7%를 소유한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잇단 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은 기각됐다. 주주총회 표 대결로도 이어졌으나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엘리엇은 그간 국가부도 상태에 처한 제3세계 국가 국채나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싸게 사들여 추후 채권 전액 상환을 요구하거나 기업가치를 올린 뒤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큰 수익을 거뒀다.

엘리엇은 2014년 아르헨티나와의 국채 투자 상환 소송으로 국제적인 '악명'을 얻었다. 엘리엇은 2001년 아르헨티나가 모라토리엄(채무 지급유예)을 선언한 이후 싼값에 거래되던 아르헨티나 국채를 2008년부터 대량 매집한 뒤 13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원리금 100%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자국 국채를 매입한 해외 투자자들과 여러 차례 국제 협상을 벌여 채무의 70% 내외를 탕감받았으나 엘리엇과의 소송에 패소하면서 다시 국가부도 사태를 맞아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소송 채무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고 엘리엇을 국가를 거덜내는 '벌처펀드'(부실 채권에 투자하는 투기 성향의 펀드)라고 비난했다.


IB 업계에선 엘리엇이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투기펀드와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두 얼굴'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제적 '명성'에 힘입어 실제 확보한 지분보다 경영권에 큰 영향을 행사한다.

엘리엇은 지난 2003년 3월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할 때 대주주에 비해 소액주주의 지분 매입 단가가 낮은 것을 문제 삼아 소액주주의 매입가를 약 12% 끌어올렸다. 지난 2015년에는 미국 IT기업 EMC에 2% 지분을 투자해 경영진에 분사, 합병, 비용 삭감 등을 압박해 EMC가 델과의 합병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국내에서 홍보대행사 코콤포터노벨리가 미국에 본사를 둔 엘리엇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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