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도 공연하자는 北…"해빙" vs "전략"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8.04.04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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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예술단 방북에 이례적 호의 베푼 북측…"남북관계 개선 의지"vs"미소외교"

남측 예술단의 리허설 장면/사진=평양공연 공동취재단남측 예술단의 리허설 장면/사진=평양공연 공동취재단


13년 만에 평양을 찾은 우리 예술단의 3박4일 여정이 남북합동공연을 마지막으로 성황리에 끝났다.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평화의 무대에 국민들이 받은 진한 여운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 국면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태도를 바꾸는 것이라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미소 외교'의 일종으로 속내를 감추고 향후 북미와 중미 대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1일 남측 가수 단독 공연…김정은 특별 선곡도
김정일 북한 노동당위원장(왼쪽)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있다./사진=평양공연 공동취재단김정일 북한 노동당위원장(왼쪽)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있다./사진=평양공연 공동취재단
남측예술단은 1일 오후 6시(평양시간·한국시간 6시30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라는 이름으로 첫 단독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김 위원장은 아내인 리설주와 함께 공연을 지켜봤다.

가수들은 개인의 히트곡뿐만 아니라 북측에 잘 알려진 노래도 불렀다. 이선희와 최진희는 'J에게와 '사랑의 미로'를 각각 불렀다. 김 위원장의 특별 요청으로 최진희는 '뒤늦은 후회'를 부르기도 했고, 조용필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인 '그 겨울의 찻집'을 열창했다.



김 위원장은 공연 후 출연진을 불러 한 사람씩 악수하며 격려하며 "오늘 공연 제목이 '봄이 왔다'니 가을쯤 북한 예술단이 다시 서울에서 공연하며 '가을이 왔다' 주제로 공연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또 레드벨벳을 거론하며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 오려고 했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오늘 왔다"며 "평양 시민들에게 이러한 선물을 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 2일 태권도 시범단 합동 공연…이번이 최초
남측 태권도 시범단의 리허설 모습./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태권도 시범단의 리허설 모습./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2일엔 태권도시범단이 1일에 이어 다시 무대에 올랐다. 평양대극장에서 오후 4시 열린 이날 공연에선 남측 세계태권도연맹(WT) 시범단 20여 명이 북측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과 합동공연을 했다. 먼저 남측 시범단이 '4월의 꽃(환희)'이라는 주제로 절도있는 승무 시범을 선보였다. 그 후 북측시범단은 우렁찬 기합 소리에 맞춘 틀(품새) 시범을 보였다.

이후 5분 가량 진행된 합동시범은 남과 북 각각 12명의 선수들이 각자 품새를 선보이는 장면으로 연출됐다. 평양에서의 남북 합동 태권도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도 북한은 여전히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남측 기자단을 직접 찾아 전날 공연 취재를 제한한 데 대해 직접 사과했다. 김 통일전선부장은 “취재활동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기자분들 앞에서, (도종환) 장관님 앞에서 제가 먼저 북측 당국을 대표해서 이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전날 남측 취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관람한 남측 예술단의 동평양대극장 공연에서 공연장 출입을 제지당해 공연 내용을 직접 취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이다.



◇ 3일 마지막날 합동 공연은 '통일 염원'노래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서 서현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서 서현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공연의 마지막 날인 3일, 우리 예술단은 북한 예술단과 합동 공연을 펼쳤다. 오후 3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공연에서 지난 2월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과 함께 남북 합동공연했다.

가수 알리와 정인은 북측 가수 김옥주, 송영과 함께 ‘얼굴’을 열창했다. 이선희는 김옥주와 ‘J에게’를 함께 불렀다. 공연 후반엔 삼지연관현악단이 무대에 올라 ‘눈물 젖은 두만강’과 ‘아리랑 고개’ 등을 불렀다.

공연 마지막은 남북 가수들이 함께 통일 염원을 담은 노래를 불렀다.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를 연이어 불렀다. 이날 합동 무대는 삼지연관현악단이 편곡한 곡으로 이뤄졌다.



◇"남북관계 개선 국면"vs "전략적 의도일뿐, 긴장 놓지 말아야"
대외적으로 북측이 호의적인 모습을 연출했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예술단과 함께 섞여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행위"라고 분석했다. 이어 양 교수는 "현상을 봐야 한다. 남한과 북한 양 정상이 만나서 서로 덕담을 나누는게 남북 관계가 개선의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는 표현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측이 현재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는 건 전략적 의도로 볼 수 있다"며 "지난 1, 2년 끊임없이 도발해왔던 북한이 단 몇 개월만에 태도를 바꿨다고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금의 행위는 일종의 '미소 외교'로 북미 정상회담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또 이 교수는 "화해할 때 하더라도 현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방심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연을 마친 남측 예술단은 3일 밤 11시30분(평양시간·서울시간 4일 자정) 평양국제공항에서 출발해 4일 새벽 1시30분(서울시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남측의 방북 공연은 2007년 11월 황해도 정방산에서 진행된 전통서민연희단 안성남사당 풍물단 공연 이후 11년 만이다. 또 평양 공연은 2005년 조용필의 평양 단독 콘서트 이후 13년 만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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