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대조적인 성격은 이번 앨범의 핵심적인 정체성이기도 하다. 동방신기의 정규 8집 타이틀곡 ‘운명’의 후렴구에서는 마치 두 사람의 대비를 보여주듯 안무가 교차된다. 남성 댄서들과 한 줄로 서서 유노윤호가 노래를 부르면, 그 사이로 최강창민이 여성 댄서들과 교차로 등장하는 식이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마치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대조되는 성격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싸운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상극 같아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도무지 15년 동안 함께 일을 해온 관계라고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유노윤호는 정규 8집 기자회견에서 ‘나 혼자 산다’와 인스타그램 속 최강창민을 보며 “‘다른 만큼 둘 다 따뜻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 혼자 산다’에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춤을 추는 유노윤호를 본 무지개 회원들이 “왜 이러시는 거냐”며 놀리자, 최강창민은 “연습은 확실히 될 것”이라며 홀로 그의 편을 들었다. 가장 시니컬하게 유노윤호의 삶을 관망하는 듯했지만, “연습을 진짜 많이 하기는 했다”면서 그의 삶이 희화화되는 것을 제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그였다. 반대로 유노윤호는 KBS ‘해피투게더’에서 최강창민이 슈퍼주니어 멤버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에 “너무 화가 났다”며 멤버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장 다른 두 사람이 15년 동안 팀을 해올 수 있었던 이유다. 무려 6년 동안 서로의 사적인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동방신기는 반드시 사적으로 친밀해져야만 일을 잘할 수 있고, 서로의 관계가 끈끈해진다는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태도가 지금의 동방신기를 15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리고 ‘운명’의 안무에서 분리되어 있던 두 개의 선은 2절에서 다시 유노윤호가 들어오며 하나의 선으로 완성된다. 동방신기의 현재를 보여주듯이.
“좋은 성적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하는 게 제일 멋있는 것 같다.” 정규 8집 기자회견에서 유노윤호가 한 말이다. 끊임없이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아이돌 시장에서도 동방신기는 “1위를 한다면 감사한 일”이라며 여전히 최고를 꿈꿀 수 있다. 그러나 “오래 하는 게 제일 멋있는 것 같다”고 말할 수도 있는 위치가 됐다. 이 바람은 자신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후배들에게 “강하게 얘기했던 부분”은 “무대에서 대충하기 시작하면 그 모습이 보인다”고 조언하고, 눈여겨보고 있는 후배로 방탄소년단을 꼽으면서 그 이유로 “무대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일에 진심을 다해 임하면서, 자기만의 사적인 공간을 지켜나갈 수 있는 어른들. 동방신기는 10대부터 시작한 일을 30대까지 해온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이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다.